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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살해

다섯 살과 여섯 살 짜리 남매를 강물에 던져 버린 비정한 아버지의 소식에 치를 떨었다. 말조차 잊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무리 정신 이상자라고 해도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 장면을 떠올려보기도 싫은 일이다. 비단 이 뿐이랴. 얼마 전에는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아이들을 아파트 창문 너머로 내던진 어머니도 있었다. 먹고 사는 게 힘들고 세상 인심이 흉흉해지만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난다. 지금부터 천년전에도 동기는 사뭇 달랐지만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신라 36대 임금인 혜공왕 시절 통일신라가 국력을 쇠진해가던 무렵, 품팔이를 하던 손순(孫順)은 홀 어머니에게 드리는 음식을 어린 아기가 늘상 가로채 먹자 아내와 상의해 아이를 땅에 묻는다. 마을 뒷산에 아이를 파묻기 위해 땅을 파내려 가던 그는 돌로 된 종을 발견한다. 종은 나라에 바쳐졌고 효심에 감동한 국가는 쌀을 내려 아이도 죽지 않았다. 삼국유사 손순매아(孫順埋兒)편에 나오는 손순과 한강에 아이를 던진 22살 젊은 아버지의 사례는 해피 앤딩이냐 아니냐는 종말과 효행(孝行)이 개입했느냐 아니냐를 빼면 같은 연장선에 있다. 생활고에 찌든 점이나 자식을 포기했다는 점이 비슷하다. 어떻게 손순 같은 효자와 비정의 애비를 같이 볼 수 있냐는 항변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식을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양자는 놀라울 정도로 동일하다. 천년의 간극을 녹이는 부모의 자기중심적 사고는 도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이 지는 무거운 책가방과 방과후 학원 순례도 아이의 의지와 선호도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대부분의 도시 아이들이 태권도와 바둑에, 영어에 피아노에 과학교실과 수학과외에 메달리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아이가 지난 소질과 취미는 고려되지 않는다. 조기교육과 과외가 성공했다면 우리나라는 벌써 국제 음악계와 미술계를 평정하고 이창호 급의 바둑 대가가 넘쳐나며 적어도 아시아 최고의 영어실력을 지난 국가가 돼 있어야 한다. 나라가 꼭 필요한 부문을 위해 투입돼도 모자랄 한정된 가용자원이 자식교육이란 이름으로 낭비되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인성을 잃어간다. 자식살인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먼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권홍우(경제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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