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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가 실력이다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개막 초반부터 흥분과 열광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4일 한국 대 폴란드의 대결에서 한국팀이 거둔 2대0 승리는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한국축구가 월드컵 출전 48년 만에 거둔 첫 승리이자 한국이 축구 선진국임을 세계만방에 고하는 '선언'이었다. 한국의 축구선진국 선언 이날 한ㆍ중ㆍ.일 아시아 3국이 나란히 경기를 벌였는데 중국이 패하고 일본은 비겼으나 한국만은 승리를 거두어 아시아 축구의 명예를 지켰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변의 드라마는 개막전부터 시작됐다. 처녀 출전한 아프리카의 세네갈이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랭킹 1위인 프랑스를 1대0으로 격파했다. 개막전 다음날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에 8대0으로 대패한 것은 지난 82년 대회 이후 처음 나온 큰 스코어 차이라는 점에서는 물론 축구의 세계적인 평준화 추세에 비추어 이변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난 현상 가운데 주목할 것은 아프리카 축구의 강세라는 점이다. 세네갈 말고도 카메룬은 아일랜드와 남아공은 파라과이와 비겼고 죽음의 조에 속한 나이지리아도 아르헨티나에 1대0으로 석패하긴 했으나 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프리카 팀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의 일이다. 그 대회에 아프리카 대표로 카메룬과 이집트가 출전했는데 이중 카메룬이 8강에 진출했다. 그때 이미 카메룬은 프랑스 프로축구에서 뛰던 로제 밀라 선수를 불러들여 돌풍을 일으켰다. 아시아 국가로는 54년 스위스대회 때 한국이 최초로 참가하는 영광을 안았으나 헝가리에 9대0의 참패라는 수모를 당해 아시아의 출전권은 0.5장이 되었다. 이를 1장으로 다시 회복시킨 것은 66년 영국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북한의 덕택이었다. 그 후 아시아는 1~2개의 출전권 밖에 차지하지 못하다가 프랑스 대회 때 3개국이 나갔고 이번 대회에 개최국의 프리미엄으로 한국과 일본이 출전해 4.5개국이 출전하게 됐다. 이에 비해 아프리카의 출전권은 94년 대회에 3장, 98년 4장, 이번대회에서는 5장으로 줄곧 늘어왔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축구의 발전과정에서 발견되는 키워드는 축구의 세계화다. 선수와 코칭 스탭의 해외 경험, 즉 글로벌스탠더드 적응도에 의해 팀 수준에 편차가 크다. 세네갈 팀은 엔트리 23명 중 21명이 유럽의 프로 축구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로 구성됐다. 카메룬은 엔트리 전원이, 나이지리아는 23명 중 20명이, 튀니지와 남아공도 절반 수준이 유럽을 주무대로 한 해외 프로구단 소속이다. 이중 카메룬과 세네갈은 각각 독일인과 프랑스인이 감독을 맡고 있다. 이미 아프리카 축구는 피부색으로만 아프리카일 뿐 내용은 유럽축구다. 이는 중남미.ㆍ아시아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세계축구는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한 국제화가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 축구의 세계화는 어떤가. 한국팀의 세계화를 상징하는 것은 네델란드 출신의 히딩크 감독이나, 선수구성으로 볼 때도 세계화 수준은 상당하다. 엔트리 중 해외파가 7명이나 된다. 이중 유럽팀 소속이 2명이고 일본 팀 소속이 5명이다. 이들이 모두 주력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의 세계화 수준도 우리와 비슷하다. 일본도 프랑스 출신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을 영입해 기량의 발전을 이뤘다. 일본팀은 5명이 해외파인데 이중 4명이 유럽구단 소속이고 한명은 브라질 출신으로 귀화한 선수다. 중국도 유고출신의 감독을 영입하고 2명의 유럽 축구팀 소속 선수를 불러왔지만 경험부족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ㆍ일의 선전은 개방 덕분 반면 사우디는 개방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엔트리 전원이 사우디 축구팀 소속이다. 94년 미국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한 사우디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외국인 감독을 버리고 자국출신 감독을 기용했다. 선수 전원도 사우디의 5개 구단에서 골고루 선발했다. 사우디의 졸전은 이 같은 팀의 폐쇄성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 축구에서도 이변은 없는 셈이다. 뿌린 대로 거둘 뿐이다. 논설위원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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