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하강에 중국산 글로벌 완성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올지를 두고 국산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에도 비관론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자 중국 경기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분석 탓이다. 중국 내에서 과잉생산된 차를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 지역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1일 "중국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앞으로 몇 년간 증산이 예정돼 있다"며 "중국 경기가 어려워지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년 내 중국산 생산물량의 국내 수출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중국 생산차는 중국에서 판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성장성이 예전 같지 않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25년 만의 최저치인 6.8%로 전망했다. 1일 공개된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3년 만에 최저치다.
업체들도 이 같은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마케팅&세일즈 총괄은 중국 생산 벤츠의 한국 수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중국에서 생산한 차는 중국에서 소화하고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도 "보통 국내 판매물량은 몇 달 치를 선주문해 바로 수입선을 바꾸는 게 쉽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GM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뷰익 인비전'을 내년 말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현대·기아차는 현재 195만대인 중국 내 생산량을 오는 2018년까지 270만대로 늘린다.
폭스바겐은 2018년까지 500만대, GM은 2017년까지 290만대로 확대한다. 도요타와 혼다·닛산도 줄줄이 증산이 예정돼 있다. 자동차의 전후방 효과와 일자리, 중국 정부의 압박을 감안하면 중국 경기하락에도 감산이나 공장폐쇄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생산물량을 해외로 돌리지 않겠느냐는 예상의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경쟁 심화를 걱정하고 있다. 값싼 벤츠나 BMW·폭스바겐·GM의 차가 수입되면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16%를 넘어섰다.
특히 우리나라가 아니더라도 브릭스(BRICs)를 포함한 해외 주요 시장에 중국산 글로벌 완성차가 수출되면 현대·기아자동차 입장에서는 또 한 번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물량은 2013년 기준 94만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종업체의 성장세가 무서운데 향후 불거질 수 있는 중국 내 과잉생산 물량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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