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끌어들인 자금이 외환위기 이후 15년 새 10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간접 부담하는 채권까지 감안하면 '빚 부담'은 880조원에 이른다.
환란 당시 기업이 차입경영으로 위기에 몰렸다면 이제 정부가 부채 수준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역전된 것이다.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복지공약이 쏟아지고 있어 차기 정부에서 정부 빚 부담이 더 가파르게 늘어날 공산이 크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국채 발행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415조9,000억원으로 1998년 42조1,000억원의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채권잔액이 334조원에서 1,273조1,000억원으로 4배 커진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빠르게 불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국채잔액이 전체 채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6%에서 32.7%로 높아졌다.
정부가 간접적으로 부담하는 지방채, 통안채, 비금융특수채(공사채)도 크게 늘었다. 이들은 1998년 172조2,000억원에서 10월 말 현재 463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채와 합치면 879조8,000억원으로 880조원 규모에 이른다.
정부의 채권 발행이 급증한 것은 정부가 정책집행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했기 때문이다. 국가신용등급이 높아지면서 발행 여건이 개선되고 채권 시장에서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한 것도 발행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정부 빚이 늘었지만 환란 당시와 비교해 대외건전성은 크게 개선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9월 말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 3ㆍ4분기 말 현재 우리나라가 1년 안에 외국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는 전 분기보다 81억달러 줄어든 1,326억달러로 집계됐다. 단기외채비중(단기외채/총외채)은 31.6%로 50%를 넘었던 1996년 말이나 2006년 말보다 크게 개선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단기외채가 줄어든 건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이 차입금을 상환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늘고 은행ㆍ일반기업의 국외 채권 발행이 성공하면서 장기외채가 늘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국외에 빌려준 대외채권은 9월 말 현재 5,266억달러로 6월 말보다 179억달러 증가했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잔액은 1,072억달러로 143억달러 늘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기업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빚잔치를 했고 제도적 규제를 많이 늘렸지만 가계는 빚이 크게 늘었고 정부도 재정 수요가 많아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며 "돌파구는 기업의 역동성을 살려 소득과 고용을 늘리고 세금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는 것인데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하는 기업활동 규제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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