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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 콘서트] 수학자가 뿌린 금융공학 씨앗

박태준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이란 수학적 방법을 이용해 금융자산과 파생상품을 설계ㆍ평가함으로써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공학의 역사는 1973년 블랙과 숄즈가 옵션평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이보다 73년 앞선 1900년 프랑스의 한 수학자에 의해 이미 랜덤워크(어떤 원칙이나 방향성 없이 무작위로 정해지는 것)를 이용한 옵션평가 방법이 발표됐지만 알려지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 이 수학자가 바로 루이 바실리에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사무엘슨 메사추세츠(MIT) 공대 교수는 1955년 우연히 루이 바실리에의 논문을 읽고 '도대체 어떻게 이런 훌륭한 논문을 썼나'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이후 효율적 시장가설의 증명을 위해 바실리에의 랜덤워크이론이 차용됐고'블랙-숄즈의 옵션평가 모델'로 다시 태어났다.

옵션의 가치평가는 기초자산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값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옵션의 가치에는 기초자산에 대한 미래의 기대치가 내재돼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될 경우에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풋옵션(기초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 이익이 되는 옵션)의 가격이 오르며 이는 변동성에 반영돼 변동성 지수가 커진다.

파생상품가격에는 금융공학을 이용한 평가가격과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장가격이 있다. 평가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이용해 차익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다. 1998년 롱텀캐피탈의 몰락은 자신의 평가가격으로 시장가격이 수렴할 거라고 생각한 '오만한 믿음'이 원인이었다. 시장 상황에 평가가 안 맞는 이유를 분석하면 시장이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역추적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금융자산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파생상품시장의 발전을 위해 파생상품의 가치 평가가 올바르게 이뤄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신용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잘못된 평가에 바탕을 둔 파생상품 거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보았듯이 금융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파괴력을 보일 수도 있다.



빛을 보지 못한 한 수학자는 현대 금융환경을 혁명적으로 바꿀 금융공학의 씨앗을 110년 전에 심었다. 이후 금융공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주식, 이자율, 돈육 파생에 이르기까지 금융 전분야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파생상품은 미래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 도구이지 미래를 예측해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보유자산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며 투기적 목적으로 큰 이득을 얻기 위해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박태준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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