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나만 혼자 뚝 떨어져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사는 건 너무 힘든 데 기댈 곳도 없다. 이럴 때 우리들은 말한다. "죽고 싶다"고.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여주인공 유정(이나영)도 이렇게 삶이 괴로운 사람이다. 어린시절의 상처를 안고 사는 그녀는 그 아픔을 어쩌지 못하고 세 번이나 자살을 감행한다. 삶의 기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녀. 정말로 '죽고 싶다'. 그러던 그녀가 교도소에서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수녀인 고모로 인해 사형수 윤수(강동원)를 만나게 된다. 가난이 만들어낸 기구한 운명으로 살인자가 된 윤수 역시 삶은 절망이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친구에게 배신 당한 그는 어서 빨리 사형이 집행 되기만을 기다린다. 매주 목요일 10시부터 1시까지 세시간 동안 서로 얼굴을 맞대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공유하기 시작하며 둘의 관계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증오하는 두 남녀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모색한다. 가장 밑바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간의 만남을 통해 인간을 사랑하는 법과 용서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사랑과 용서를 통해 서로간의 이해가 깊어질수록 살아있다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어느새 윤수는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도 좋으니 살고 싶다"고 말하게 됐고, 유정 또한 하루하루의 삶을 즐기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삶은 '행복한 시간'이 된다. 이미 '파이란'에서 3류 건달과 불법 이민자의 밑바닥 사랑을 그려낸 바 있던 송해성 감독은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 한 이번 영화에서도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우리들의 삶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을 사랑하고 용서한다면 삶이 한없이 즐거워 진다는 것. 하지만 감독은 이렇게 거의 종교적이기까지 한 주제를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표면적 내용을 통해 관객에게 쉽게 전달한다. 덕분에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면서도 보편적 인간애의 느낌까지 담은 두터운 영화가 만들어졌다. 송해성 감독은 두 젊은 배우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표정연기만으로 절망과 사랑을 모두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연기를 이나영, 강동원 두 배우는 절묘하게 소화해 낸다. 삶의 대한 냉소, 인간에 대한 증오부터 두 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애틋한 인간애까지 모든 감정이 오직 표정과 분위기를 통해 뿜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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