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리테일이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2,526억원. 대어의 상장을 주관한 삼성증권은 수수료로 18억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반면 상장 시점에 한국거래소의 수중에 떨어진 돈은 심사 및 상장 수수료를 합해 1,6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이 상장할 때 거래소에 지불하는 상장 관련 비용이 공모금액이나 기업의 덩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기업들이 상장을 위해 거래소에 지불해야 하는 상장심사 수수료는 유가증권시장 500만원, 코스닥시장 100만원이다. 공모자금이나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정액제를 적용하고 있다.
통상 4개월 동안 진행하는 예비심사에서 상장승인까지 현장실사, 질적심사 등 기업 가치와 지속성에 대한 전문적인 심사가 이뤄지는데 그 대가가 고작 수백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수수료 체계가 만들어진 배경은 뭘까. 과거에는 거래소가 상장 관련 수수료를 수익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살림이 풍족했기 때문이다. 거래대금 수수료, 파생상품 수수료 등으로도 살림을 꾸려나가기 충분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장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활발한 상장을 위해 거래소가 사실상 부담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증시 침체 여파로 거래소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거래소의 매출액은 2011년 4,212억원에서 지난해 3,139억원까지 쪼그라들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722억원에서 288억원으로 83.27% 급감했다. 게다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후 매년 경영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보니 상장 수수료 현실화가 절실한 것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신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을 심사하면서 받는 수수료로는 현장실사를 나가는 직원들 인건비도 충당할 수 없다"며 "4개월간 이어지는 심사에 들어가는 노력을 생각하면 현재 수수료 체계는 지나치게 낮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외 거래소의 수수료 체계를 점검해 눈높이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갑을 열어야 하는 업계도 현재 상장 수수료가 비정상적이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인상폭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아무래도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현재 상장 관련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은 것은 사실인 만큼 어느 정도 인상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다만 공공기관인 거래소가 민간 기업처럼 원가를 토대로 비용을 산정해 부과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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