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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철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대형화통해 저비용 고효율구조 실현"대담: 김준수 정경부장jskim@sed.co.kr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오는 4월 2일 정식으로 출범한다. 이미 지주회사는 윤병철 회장을 비롯해 전광우, 민유성 부회장과 4개 자회사 은행의 은행장 인선을 끝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한빛, 평화, 경남, 광주, 한아름종금 등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회사들을 자회사로 둔 우리금융지주회사는 IMF 위기 이후 만신창이가 된 한국 금융산업의 부활을 가름할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로 꼽히고 있다. 지주회사의 선장을 맡은 윤병철(尹炳哲ㆍ63)회장을 만나 지주회사의 전략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지주회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고민이 많으실텐데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먼저 사람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자회사들에 부실은행이라는 딱지가 붙으면서 직원들의 패기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공적 자금을 쏟아부어도 사람들에게서 패기가 사라지면 쓸모가 없습니다. 패기를 살리고, 마음껏 아이디어를 내게 해야 합니다. -지주회사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이후 자회사들을 둘러봐 속사정을 잘 아실텐데요, 도대체 무엇이 부실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부실은 2가지가 있습니다. 재무적인 문제와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재무 문제는 이제 막대한 공적자금으로 해결했습니다. 이번에 정부는 과감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했습니다. 한빛, 평화, 광주, 경남 등 자회사들이 재무적으로는 굉장히 건실해졌습니다. 남은 문제는 부실의 원인인 조직운용과 시스템입니다. 이제 지주회사 밑에서 함께 고민하며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지주회사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은 앞으로 규모를 키우고 업종을 다양화하는 데 치중할 계획입니다. 먼저 대형화가 중요합니다. 개별 금융기관은 앞으로 점점 수익성이 박해집니다. 따라서 대형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려야 합니다. 수익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신탁, 자산운용, 투자금융 등 다양한 업무로 확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 고객들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 강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금융지주회사가 성공하려면 자회사들의 기능 통합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내년 6월까지 각 자회사들을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노사정 합의 때문에 통합이 쉽지 않을 텐데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는 각 자회사들이 자율 경영을 하라고 한 것이지 통합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기능 통합을 먼저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4개 은행이 각자 전산센터를 가지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낭비입니다. 전산센터를 통합하면 질좋은 서비스를 저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기다려야 합니까.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기능 통합이 어떤 것입니까. ▲금융기관은 점점 다양한 금융상품을 파는 네트워크로 바뀌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상품을 금융기관이라는 채널에서 파는 것입니다. 각 자회사는 수많은 인력이 있습니다. 각 자회사들의 조달 물품을 통합해 구매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또 지주회사가 대외신용을 확보한 뒤 외부에서 자금을 유치해 자회사에 공급하면 자회사들은 싼 비용으로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자회사들의 기능 재편에 대해 반발이 심할 것 같은데요. ▲지금부터 노력하면 구성원들이 기능 재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지방은행들이 고비용 구조로 운용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방은행들은 지역에 특화된 분야를 추구하면 됩니다. 어느 은행이든지 고객을 중시해야 됩니다. 지방은행은 지역 주민들의 투자도 받고 지주회사가 상장되면 이를 회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회사 은행들은 또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자회사들은 이미 몇 차례나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사기가 너무 떨어졌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힘마저 떨어졌습니다. 이제 생산성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인원을 줄이기에 합서 합리화 노력을 먼저 해야 합니다. 효율을 떨어뜨리는 부분만 구조조정을 하면 됩니다. -자회사들의 구조조정이 필요없다는 뜻입니까. ▲지주회사의 목표는 1인당 생산성을 우량은행 수준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왜 인원을 줄여야 합니까. 저는 지주회사의 운영방침을 'SLC'로 설명합니다. '건전한 재정(Sound)', '날렵한 조직(Lean)', 빠른 서비스(Speed) 입니다. 지주회사와 자회사를 이 원칙에 따라 운용할 것입니다. -금융지주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첫 실험입니다. 자회사 행장과 부회장의 역할에 따라 갈등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행장은 어떻게 해야 하고, 부회장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나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지주회사를 어떻게 끌고 가는지에 대해 정답은 없습니다. 경영을 '예스, 노'로만 할 수 있다면 컴퓨터로 하면 더 싸지 않겠습니까. 지주회사가 혼자 다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다 떠날 것입니다. 그걸 아는데 독단적으로 하겠습니까. -사람들은 공적자금 회수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언제쯤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까요. ▲먼저 기업가치를 올려야 합니다. 그러면 시장에서 주가가 오릅니다. 2~3년 뒤면 지주회사 주식이 충분한 가치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때면 정부가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5월에 한다고 소문이 났는데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상장은 지주회사만 합니다. 이르면 4월에 결정이 날 것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상장할 것입니다. 올해 4개 은행은 흑자를 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흑자가 나면 오히려 기능 통합이나 개혁은 어렵지 않습니까. ▲구조조정은 힘이 있을 때 해야 합니다. 문제가 생겨 구조조정을 하면 성공하기 힘듭니다. 가장 힘이 셀 때 구조조정을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흑자가 날 수 있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조금이라도 회복될 때 해야 합니다. -지주회사의 대주주가 정부라는 점에서 앞으로 힘든 점도 많이 예상됩니다. 현대 문제같이 은행의 공공성이냐 회사의 이익이냐를 따져야 할 때 어떻게 판단하실 겁니까. ▲우리는 너무 '알아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주회사가 정부 소유이니까 정부의 생각을 미리 알아서 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왜 지주회사를 만들었습니까. 부실은행을 민간이 맡아 회복해야 한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정부가 정책적으로 하려고 했으면 내가 CEO가 돼서는 안됩니다. 민간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 문제의 경우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다른 은행과 똑같이 하면 됩니다. 정부 소유 은행이니까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하반기가 되면 국민ㆍ주택은행이 합병하는 등 금융 환경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변화를 예상하십니까. ▲우리 금융회사들도 경제성을 대비해 대형화해야 하고 업종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틈새 시장을 노리는 은행들도 생길 겁니다. 3~5개 정도 대형은행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느 나라든 이른바 '빅5'(상위 5개 은행)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메이저 은행이 될 것이냐 전문 은행이 될 것이냐를 각 은행이 결정해야 합니다. -정부는 서울은행과 대한생명이 해외매각이 안될 경우 지주회사에 넣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직 우리에게 특별한 말이 없었습니다. 서울은행과 대한생명은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차원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외국인이 안 사는데 왜 지주회사가 사느냐'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주회사 CEO를 맡으면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실 텐데 다짐을 한번 말씀해 주십시오. ▲공적자금을 벌써 세번 넣었습니다. 한번만 더 넣으면 이제 국민들이 짐싸들고 떠날 것입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후배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쏟아붓고 은행이 외국에 팔리는 상황에서 후배들이 딱정벌레가 됐습니다. 두꺼운 껍질을 입고 땅에 딱 달라붙어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우리 선배들이 잘못한 면이 많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러나 딱정벌레같이 붙어 있으면 살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번이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이제 후배들이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후배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정리=김상연기자 dream@sed.co.kr 사진=신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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