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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전산시스템구축 참여 거부
입력2004-02-24 00:00:00
수정
2004.02.24 00:00:00
조의준 기자
은행권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령 제정 방향에 반발해 새 법령 시행에 필요한 전산시스템 구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업권간 벽을 허물어 간접투자상품 시장을 활성화 하겠다는 정부의 입법 의도가 무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커스터디(유가증권 보관)업무 등이 중단돼 투신사의 자산운용 등에 큰 혼란이 우려된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령 제정ㆍ발효 후 커스터디업무 취급을 위해 의무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간접투자재산예탁 및 결제시스템`구축작업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커스터디 업무는 투신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편입된 유가증권을 은행이 맡아 보관하는 업무를 말하며, 현재 14개 국내은행과 3개 외국계 은행이 150조원에 이르는 수탁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은행들이 전산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은 새로운 자산운용업법 아래에서 신탁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등기임원의 추가선임
▲은행고유업무와 신탁업무에 대한 임직원 겸직금지
▲손배소 연대책임 확대 등 각종 규제가 강화돼 현실적으로 이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등기임원 추가선임을 집행임원으로 바꾸고 손배소 연대책임 확대 조항을 완화하지 않을 경우 업무를 계속 취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전산개발 및 구축에 나서지 않을 경우 투신사들이 당장 유가증권을 보관하지 못해 펀드운용에 차질을 빚게 되는 등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등기임원 수가 많은 씨티은행과 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수탁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은행이 없다”며 “참여 은행이 늘어난다고 해도 3~4개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후에 은행들이 주총을 통해 신탁담당 등기임원을 선임하더라도 조직구성과 전산작업 등을 위해서는 3~4개월이 더 소요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3월말부터 자산운용업법 시행령을 준수할 수 있는 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대해 투신협회의 한 관계자는 “예탁원의 결제시스템은 은행들이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것으로 거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은행들이 자신들의 사업상 편의를 위해 고객들의 수탁자산을 볼모로 협상을 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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