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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시장이 가히 롤러코스터다. 대외 돌발변수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 역시 보합 내지는 내려갈 것이라 내다봤지만 원·엔 환율은 1,000원 선 턱밑까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1,070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조차 환율 방향성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어 기업들은 환 리스크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대기업은 그나마 환 리스크를 관리하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달러 또는 엔화로 받은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는 시기에 따라 수천만원·수억원씩 득실이 엇갈린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90원78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에 장을 마쳤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올해 안에 900원 초반까지 하락하고 내년에는 800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라 전망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25일 955원까지 하락한 후 불과 8거래일 만에 35원이나 수직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달러당 1,074원10전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초 1,01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슈퍼달러'의 영향으로 한 달 만에 60원 넘게 상승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 전망이 무의미할 지경이라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전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의 환율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000원에서 1,065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스와 HSBC도 각각 1,017원에서 1,070원, 1,000원에서 1,050원으로 높여 잡았다. 반면 ABN암로은행은 1,060원에서 1,030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소시에테제네랄과 스탠다드차타드(SC)도 각각 1,050원에서 1,025원, 1,025원에서 1,015원으로 낮춰 잡았다. 반반씩 갈려 원화 강세와 약세를 점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자 아베 신조 총리는 "엔화 약세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겠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지난 7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환율 110엔 돌파는 일본경제에 오히려 플러스"라고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이 바람에 1일 달러당 110.09엔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은 8일 107.75엔까지 떨어지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무라와 소시에테제네랄 등은 달러당 120엔까지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환율이 춤을 추고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엇갈리면서 기업들은 환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수출업체들은 쌓아놓은 달러를 언제 팔아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다. 향후 환율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섣불리 달러를 내놓았다가 추가로 환율이 오르면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환율의 추가 상승을 예상해 달러를 끌어안고 있자니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좌불안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기간산업연구실장은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변동성도 커지는 것은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 중 원화 강세에 대비해 환변동보험을 들어놓은 곳은 자칫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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