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출산 후 직장생활 등에서 양성평등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정부의 저출산대책에는 이 점이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최근 발표된 정부의 ‘새로마지 플랜 2010’ 등이 초점을 맞춘 육아비 경감, 보유환경 개선안이 선진국 수준에 이른다고 해도 현재 1.08명인 출산율은 1.26명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20곳의 출산현황과 관련 대책, 효과 등을 분석한 ‘저출산대책, 무엇이 핵심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는 저출산대책을 크게 ▦양성평등 환경조성 ▦육아비용 경감 ▦보육환경 개선의 세 분류로 나누며 OECD 20개국 사례분석 결과 양성평등 정책의 효과가 가장 컸다고 지적했다. OECD 국가 중 공통적으로 출산율이 낮은 국가들은 ‘가사는 여자가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일본(1.29명), 스페인(1.25명) 이탈리아(1.26명) 등으로 꼽혔다. 이들 국가는 지난 70년대부터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맞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양성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남성의 ‘일자리 우선권(일자리가 부족하면 남성을 선호하는 의식)’ 정도가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성의 진출이 많은 파트타임(주당 30시간 미만 근무)에서 여성의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공공보육시설 부족으로 출산 후 취업을 중단하는 여성의 비율은 49.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숙희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저출산대책은 자녀양육비용 경감, 보육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러나 이 분야가 선진국 수준까지 도달한다고 해도 양성평등 정책이 부족하면 출산율은 1.26명이 한계”라고 비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지난 2004년 발표된 일본의 신신(新新)엔젤플랜 등이 양성평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점 등을 참고해야 한다”며 “이 같은 부분들이 보완되면 1.5명까지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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