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도덕적 해이' 극에 달해 ■ 15兆대 와이브로 기술 유출될뻔인사불만이 발단…순차 퇴직등 수법도 치밀열람제한·통제등 초보적 보안관리도 안해올 車·조선·이통등 전방위 확산 "대책 시급" 김홍길기자 what@sed.co.kr 김규남기자 kyu@sed.co.kr 최광기자 chk0112@sed.co.kr 검찰이 이번에 적발한 포스데이타의 휴대인터넷(와이브로) 기술유출 사건은 핵심 기술과 기술인력에 대한 보안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포스데이타는 900억원을 들여 와이브로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방치하는 등 보안관리를 허술하게 해 1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을 뻔했다. 특히 연구원들이 거리낌없이 기술자료를 유출, 연구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불감증)'가 극에 달했다는 점에서도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핵심 기술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보안시스템 강화, 연구원들의 주인의식 회복과 모럴해저드 극복을 위한 교육 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인사불만 등 발단…수법 치밀=검찰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포스데이타 미국연구소 연구실장 김모씨는 인사에 불만을 품고 당시 단말기모뎀 개발그룹장이었던 J씨와 공모, 와이브로 기술을 빼돌리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이들은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 등을 미끼로 포스데이타의 핵심 연구인력을 끌어들여 컴퓨터 외장 하드디스크나 e메일을 통해 기술자료를 빼내는 한편 같은 해 12월 미 캘리포니아에 동종업체인 I사를 설립했다. 이어 올해 3월 경기 분당에 한국사무소를 열어 포스데이타의 와이브로 연구원 170여명 중 30여명을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들이 일시에 퇴직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 순차적으로 퇴직해 합류시키는가 하면 해외에 서버를 둔 e메일과 인터넷폰을 이용해 자료를 교환하고 연락하는 등 지능적인 수법도 동원했다. 기술유출에 대한 불법행위가 문제될 경우에 대비한 법률검토를 거쳐 중요 자료를 회사 서버가 아닌 개인이 보관하는 치밀함도 보여줬다. 김모씨는 I사를 미국 통신업체에 인수합병(M&A)시키는 방식으로 핵심기술과 연구원들을 1,800억원에 팔아넘길 계획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원은 도덕적 해이, 회사는 보안관리 허술=이번 사건의 경우 연구원들의 도적적 불감증은 극에 달했고 포스데이타는 보안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기술유출에 연계된 핵심 연구원들은 각기 다른 회사에서 포스데이타로 영입됐다. 이 때문에 평소 같은 출신끼리 연구자료를 공유, 사내 서버에 보관하지 않고 사적으로 소지하며 거리낌없이 유출하는 등 도덕불감증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포스데이타는 사운을 걸고 와이브로 기술 개발에 약 900억원을 투입해 상용화에 성공해놓고도 핵심 기술자료에 대한 열람제한ㆍ통제 등 보안관리를 소홀히 했다. 다행히 올해 초 내부정보 보호시스템, 국정원 등과의 공조를 통해 기술유출 시도를 사전에 차단했지만 초기 유출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세계최초로 개발한 국내 기술에 대한 보안관리 수준이 초보적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토로했다. ◇올 들어 첨단기술 유출 벌써 9번째=검찰과 국정원에 적발된 기술유출 사례는 4월 말 현재 9건이다. 이는 2003년 한 해(6건)보다 많다. 이 가운데 피해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만도 3건이나 된다. 특히 최근에는 휴대폰ㆍ반도체 등 IT 분야에서 자동차ㆍ조선ㆍ이동통신 등 유출 분야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최근 국정원의 요청으로 검찰은 현대ㆍ기아차의 제조 핵심기술을 중국에 팔아넘기려던 일당을 적발했다. 자동차 관련 기술유출은 이번이 처음이며 핵심기술이 모두 유출됐을 경우 예상 피해액이 22조원에 달한다. 이밖에 지난달 위성 인터넷 접속용 초고주파 통신부품 및 군사용 통신부품 제조기술을 빼돌려 해외에 판매하려던 일당이 검찰과 국정원의 공조로 적발되기도 했다. 국정원 자료에 따르면 기술유출자는 전ㆍ현직 직원에 의한 전직ㆍ기술판매 등 생계형 기술유출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협력업체에 의한 유출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유출규모도 기업형으로 대형화되는 추세다. 유출동기도 금전유혹ㆍ개인영리(창업)에 의한 것이 7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처우ㆍ인사불만도 20%에 달해 핵심 기술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유출시도 '소스코드'는… 국내서 세계 첫 개발 와이브로 핵심기술 전문가 "유출땐 와이브로 선도주자 지위 위협" 이번에 기술유출이 시도된 '기지국 채널카드 소스코드'는 단말기와 기지국의 통신신호를 처리해주는 채널카드 설계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특히 이 소스카드는 채널카드뿐만 아니라 단말기에도 적용되는 와이브로의 핵심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업계에서 평가하는 국내 업체와 해외 경쟁사의 와이브로 관련 기술격차는 6개월 정도. 따라서 이번에 기술이 유출됐다면 그 격차가 크게 줄어 선도주자의 지위를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국내 상용서비스에 이어 미국 등 세계 각국의 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는 등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IT업계가 위기를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기술유출을 막는 데는 검찰의 힘도 컸지만 포스데이터 측의 기민한 대응도 한몫했다. 포스데이터는 내부 정보 보호시스템으로 사전에 기술유출 시도를 파악, 올 초부터 별도로 전문 조사컨설팅 업체를 통해 관련 증거 확보에 나서는 등 대비 방어태세를 갖췄다. 또 국가정보기관이 수사에 착수하자 이들과 협력체계를 형성하는 등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편 포스데이타는 이번 사건을 명백한 범법행위라고 강조하면서 강력 대응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실제로 지난 10일에는 기술절취를 시도한 I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조만간 형사소송도 낼 방침이다. 또 기술유출을 시도했던 직원들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데이타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이 시도된 것은 모두 2006년형 구버전이며 핵심기술은 유출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기술이 해외로 나갔다면 포스데이타뿐만 아니라 한국의 와이브로 수출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입력시간 : 2007/05/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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