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사장 "골프, 기술보다 매너가 우선이죠" [골프와 사람]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 새 선수 영입때도 가장 먼저 인성등 고려임직원 하나돼 선수 응원땐 가족애 느껴… 더 많이 더 훌륭한 女골퍼 배출하고 싶어 올 시즌 열린 8개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대회 중 무려 5번 우승의 감격을 맛 본 사람이 있다. 하이마트의 선종구(60)사장. 그는 소속 선수인 신지애(19)의 3승과 안선주(20)의 2승을 집무실 장식 장에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2년 4월 골프단 창단 이후 소속 선수들이 거둔 국내외 20승도 모아 뒀다. 선수들이 우승할 때 마지막 퍼팅 했던 볼을 대부분 챙겨 둔 것. 하이마트 선수들은 우승하면 볼에 대회명과 날짜, 자신의 사인을 적어 선 사장에게 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우승 볼을 모아 두는 것은 소속 선수의 우승이 우리 하이마트 모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동료들의 우승에 자극을 받고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선수 후원을 뿌듯하게 느끼죠. 진한 가족 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선 사장이 골프단 선수들을 피붙이처럼 아끼고 하이마트 임직원들이 한마음으로 골프 단을 응원하는 것은 골프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일. 누군가 우승하면 소속 선수 전원이 보너스나 선물을 받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덕분에 동질감이 강해진 하이마트 선수들은 제 경기가 끝나면 뿔뿔이 흩어지던 풍토를 깨고 컷 탈락한 선수까지 모두 모여 우승을 축하해주는 신선한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선 사장은 "골프는 개인운동이지만 인성이 중요하다"며 "특히 구단 이름아래 모인 만큼 상부상조하는 팀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 선수를 영입할 때도 가장 먼저 품성과 매너를 고려한다고 했다. "프로 1년차 신인들만 뽑는다"는 그는 "지금 당장 성적은 없지만 가진 자질을 발현하려면 무엇보다 성실하게 연습하고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인성을 갖춰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지론은 평소 각 대회 프로암 경기 등에서 선수들을 만날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 선 사장은 "프로암 대회에 나서는 프로 선수로서의 매너는 함께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라며 "말로만 원포인트 레슨을 하지 말고 티를 직접 꽂아 볼을 올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며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린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슬로우 플레이 때문에 뒤 팀 수십 명이 스트레스를 받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 골퍼들이 많다"면서 "골프 선생님들은 반드시 기술보다 매너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힘을 주기도 했다. 선 사장이 이처럼 매너를 강조하는 것은 골프에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 그는 피고용인으로 회사 생활을 하던 80년대에 업무 지장 없이 골프를 배우기 위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골프장 문을 열고" 연습했으며 "안산 제일CC에서 3언더파 69타"까지 쳐봤고 "연습장에 가지않는 요즘은 집에서 웨지를 잡고 스윙 각 동작을 점검하며 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 핸디캡 7~8을 유지하는" 열정 넘치는 골퍼다. "골프를 하다 보니 초반에 더블보기 했다고 라운드 전체를 망친 것이 아니고 처음에 잘 나간다고 스코어가 꼭 좋은 것도 아닌 것 등 인생과 비슷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그는 "그래서 삶도 골프도 자기 감정의 컨트롤이 중요하고 그걸 잘하려면 인성이 좋아야 한다"며 선수 영입 때 사람됨을 최우선으로 보는 이유를 거듭 설명했다. "후원하는 사람의 매너는 일단 뽑고 나면 무조건 믿고 기다리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 "믿어주면 제 몫을 다하더라"는 선 사장은 "이름없던 선수가 하이마트 모자를 쓰고 갑자기 좋은 성적을 내면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 선수를 후원하지 않고 프로 1년차 신인선수만 고집하는 것은 애초부터 기업홍보가 아니라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선수 후원을 결정했기 때문"이라며 "좀 더 많이 또 더욱 훌륭한 여자 선수들을 배출하고 싶다"면서 당분간 남자 선수 후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최근 신지애와 안선주, 우지연 등 소속 선수들의 맹활약 덕분에 "보너스가 많이 나간다"며 선수들이 '보너스를 더 많이 받아가도록' 하기 위해 신세대 응원을 한다고 말했다. 열 아홉, 스물의 나이 어린 소속 선수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오빠가'라고 붙인다는 것. 소속사 사장의 권위와 힘을 다 빼고 가족의 끈끈한 정으로 선수들을 대하고 싶은 마음이 보였다. “연초에 동남아에 선수들의 동계훈련 캠프가 차려지면 함께하려고 노력한다”는 선 사장은 “같이 먹고 연습하고 또 함께 쉬면서 정이 들대로 들어 다들 딸 같다”며 “하지만 응원은 최대한 선수들 눈 높이에 맞춰서 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골프전문 기자 eaglek@sed.co.kr 입력시간 : 2007-06-19 16: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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