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마지막 손질을 앞두고 있다. 오는 19일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의 조세법안 심의를 시작으로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임시투자세액공제,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유예 등의 구체안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조세소위에 내놓을 의견을 마무리하고 있다. 가뜩이나 나라살림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수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임투세액, 소득세 최고구간, 법인세 등을 패키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임투세액공제 차등화=2009년 세제개편안의 뜨거운 감자는 임투세액공제 폐지다. 지난 8월 정부안 발표 이후 재계의 거센 반발이 몰아닥치며 일찌감치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됐다. 임투세액공제는 기계·플랜트 등 설비투자 금액의 3~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 지난해의 경우 2조원 안팎의 혜택을 기업들이 받았고 올해도 이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1조5,000억원의 세금이 기업들에 지원된다. 정부는 임투세액공제가 1982년 도입된 뒤 거의 상시적으로 운용되다 보니 대기업 보조금으로 전락했다는 판단에 따라 폐지 방침을 정했다. 대신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신설했다. 하지만 국회의 생각은 정부와 다르다. 우선 중소기업들이 임투세액공제 폐지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중소기업이 받는 전체 세액공제의 67.8%가 임투세액 공제에 따른 것"이라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1년간 연장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의 R&D 세액공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신설되는 R&D 투자세액공제 혜택 중 96%가 대기업에 돌아간다"며 "임투 폐지에 의한 R&D 세액공제가 대기업 세제지원 집중 현상을 더 부추긴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임투세액공제 폐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도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일단 업종별·지역별·기업규모별로 임투세액공제를 차별화한다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임투세액공제가 R&D 세제지원으로 넘어갈 경우 혜택이 대폭 줄어드는 업종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임투세액공제를 유지하고 수도권이 아닌 지역 투자 대기업에도 일부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통신·철강·정유·화학 등 중장기 설비투자를 추진해온 기업들이 임투공제 폐지라는 예기치 못한 정책변화로 기업 투자자금 조달과 투자 집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유예=부자감세 논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고소득자 소득세 인하에 대해서도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 모두 현재 연소득 8,800만원 초과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연소득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과세표준 구간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추가 과표구간 금액을 1억2,000만원으로 만드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이미 제출했다. 최고세율 구간 신설에 대해 정부로서도 대놓고 반대는 아니다. 부자감세 공세에서 비켜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연 5,000억원 정도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한 과표구간이 세제후진성을 나타낸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세제개편이 원래대로 돌아올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일단 8,800만원 초과라는 최고세율 구간을 그대로 두고 이 구간에 한해 세율인하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 재정위에서는 이밖에 연소득 2억원 이상 소득자에 대한 누진세까지 적용한 최고구간을 1개 더 신설하거나 4,600만~8,800만원 구간을 둘로 나누는 방안도 제안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