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된 정부의 청장년 인턴제도가 '5인 이상 사업장'이라는 경직된 기준에 막혀 정작 일손이 필요한 벤처업체 등 소기업을 외면해 중소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경제사회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을 없애겠다고 나선 마당에 여전히 오랜 잣대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인턴제도'와 '장년 취업 인턴제'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중소기업으로 한정돼있어 정작 지원이 필요한 벤처, 소상공인 등 영세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들은 모두 기준을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명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청년인턴제는 2009년, 장년인턴제는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업계는 실제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소기업들이 가장 필요한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제도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지원제도는 늘지만 정작 지원대상에도 들지 못해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마련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지적됐다. 원종남 서울경인공예협동조합 이사장은 "업계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근로계약을 통한 고용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것만으로 근로조건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구인난과 자금난으로 영세 소기업일수록 정부지원이 절실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격조차 부여하지 않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360만2,476개) 중 5인 미만 사업체는 82.3%를 차지하는 296만3,377개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같은 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확대방안' 보고서에선 '최근 우리나라 노동시장 내 임금 불평등의 심화와 저임금계층의 확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상시 4명 이하 사업장 근로자가 대표적인 저임금계층으로서 취약한 빈곤상태에 머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중소업계와 전문가들은 가장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들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하루빨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하라고 하면서 소규모 사업체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무조건 5인 이상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이나 공예업체 등 업종별로 융통성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장기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등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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