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주체도 납품업체가 아니라 국내 시험기관이다. 시험기관이 왜 이런 조작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납품업체ㆍ시험기관ㆍ한국수력원자력까지 원전 건설의 단계단계마다 썩어 있지 않은 곳이 없는 것이다.
원안위에 이 사건에 대한 제보가 접수된 때는 지난 4월26일. 시험성적서 조작이 벌어진 시점은 2008년으로 추정된다. 당초 제보는 신고리 3ㆍ4호기 제어케이블이 위조됐다는 것이었다.
원안위는 조사 과정에서 위조된 시험성적서가 신고리 1ㆍ2호기, 신월성 1ㆍ2호기에 동일하게 적용돼 납품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4기에 공급된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는 시험 그래프와 합격ㆍ불합격 결과 양쪽 모두가 위조된 사실이 확인됐고 처음 제보됐던 2기(신고리 3ㆍ4호기)에 공급된 것은 시험 그래프 위조까지만 확인된 상태라 추가 조사가 남아 있다.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 발생 때 원자로 냉각, 원자로 건물의 압력 저감, 내외부 방사선 격리 등을 담당하는 안전설비에 동작신호를 전달하는 부품이다. 원자로냉각재계통, 안전주입계통, 정지냉각계통, 화학 및 체적제어계통, 1차기기 냉각수계통, 격납건물계통 등에 설치된다.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핵연료 냉각과 외부로의 방사성 물질 차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원전의 안전을 담보하는 핵심 부품인 셈이다.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곳은 국내 시험기관이었다. 이 기관은 제어케이블 시험의 일부인 '냉각재 상실사고' 시험을 해외 시험기관에 의뢰했는데 이 기관에서 발행한 시험성적서가 불합격으로 나오자 국내에서 담당직원이 합격으로 결과를 위조했다.
업계에서는 케이블 납품업체와의 유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책임자를 문책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과 관계된 기관은 제어케이블 납품업체, 국내 시험기관, 한국전력기술, 한수원 등이다. 한전기술은 시험성적서의 1차적 검수기관이며 한수원은 간접적 검수기관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서류 위조에 책임이 있는 기관과 관련자에 대해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조치를 즉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