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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규제개혁회의-다시 보는 대못 규제] '수도권 풀면 죄악' 이분법적 사고부터 버려라

<1> 수도권·지방 차별 규제

나눠먹기식 사업 배정 안돼

수도권에 쏠린 규제 걷어내 지방 투자유치 경쟁 유도를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규제를 '암 덩어리'로 규정한 뒤 "겉핥기식이 아니라 확확 들어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른바 '대못 규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못 규제란 제도 속에 깊숙이 뿌리 박혀 좀처럼 풀리지 않는 투자장벽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규제의 총량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핵심적인 규제를 개선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기업들의 투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며 "대통령 주문대로 핵심 규제들을 차근차근 근본적으로 손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하는 빗장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산업계와 학계가 고질적인 규제로 꼽는 △수도권 투자규제 △의료·교육 영리화 규제 △금융산업 과잉규제 △전문 서비스 분야 칸막이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규제의 해소는 지난 10여년간 정권을 초월해 이슈화됐지만 번번이 변죽만 울리다 끝나고 말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규제해소 정책이 '명분의 프레임'에 갇혀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규제를 대못으로 만드는 주된 명분을 꼽아보면 '공공성' '지역균형' '평준화' '건전성' '전문성' 등을 들 수 있다. 17일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앞두고 주요 대못 규제들이 유지돼온 명분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짚어본다.

부산 신평동에 위치한 피혁공업사인 A사는 관련 부과금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피혁업의 특성상 오폐수 처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관계당국은 수질배출허용 기준을 굉장히 높게 잡고 있어 A사는 빠듯한 경영에 부과금까지 내느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행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질배출허용 기준을 일정 범위에서 재량껏 조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이 기준을 부산시처럼 매우 강하게 적용하고 있어 피혁업체들로서는 수도권에서 굳이 지방으로 내려갈 유인이 크지 않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수도권 투자규제를 강화해 지방으로의 기업투자를 도모했지만 현실은 이렇다. 정부가 수도권 투자 편중에 족쇄를 채웠으면 지자체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고 재정지원을 늘려 서울·인천·경기권의 기업들을 유치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와 반대로 흐르고 있다. 지자체들이야 가만히 있어도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옥죄고 지방에는 나눠먹기식으로 특화사업들을 배정해주니 굳이 주민이나 환경단체 등의 논란을 감내하면서 투자환경을 경쟁적으로 개선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이러니 기업들은 지방으로 내려가길 꺼리고 기존의 거점이던 수도권에서 공장 증설을 하려고 정책당국을 조르는 것이다.



물론 지자체들도 업종에 따라선 규제 완화와 재정지원에 적극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주로 첨단이나 화이트칼라의 느낌이 나는 업종에 국한된다. 정작 투자해소가 절실하고 중소기업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블루칼라·굴뚝산업들은 배제되기 일쑤다.

따라서 이제는 역발상으로 지역균형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신규 투자를 억제하기보다는 규제를 풀어 다른 지방지자체들이 정신 차리고 규제해소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규제를 풀어 투자·고용을 늘린 지자체에는 정부가 각종 재정지원·인력지원·정보지원을 강화하는 인센티브가 병행돼야 한다는 게 지방행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재정지원의 경우 단순히 총액을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지자체가 중앙정부 간섭으로 자유롭게 재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실질적 자율권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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