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해운 회사들은 그리스 디폴트가 몰고 올 부정적인 영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경우 상선 부문 신규 발주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그리스는 안젤리코시스 그룹 등 세계적인 선주들이 포진한 나라로 국내 조선업계에도 핵심 고객으로 분류된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그리스 안젤리코시스 그룹으로부터 1994년 이후 82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다만 그리스가 주로 발주하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상선 건조 비용은 대부분 정부의 지분 참여 없이 개별 회사나 각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자금으로 마련된다. 이 때문에 그리스 정부가 디폴트 위기에 빠지더라도 그리스 회사들의 선박 발주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그리스발 금융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퍼질 경우 전반적인 자금 모집이나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서 궁극적으로 선박 발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형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애초 계획보다 발주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선주사들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도 이전보다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운업계 역시 그리스가 주는 간접적 후폭풍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등장으로 배가 실어나를 수 있는 선복량이 급증하면서 해운업계는 운임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 유럽 항로의 경우 올 1월 초 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당 운임이 1,085달러였지만 4월 600달러를 밑돌기 시작해 꾸준히 내려가며 지난 6월에는 205달러까지 떨어져 연초 대비 5분의 1토막이 났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성수기 효과에 힘입어 548달러까지 회복했는데 그리스 디폴트가 유럽 전역에 퍼져 물동량이 줄 경우 다시 운임이 하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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