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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1년, 글로벌 환란 '끝나지 않은 휴화산'
입력1998-11-16 00:00:00
수정
1998.11.16 00:00:00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뒤 1년 동안 외환위기는 지구를 한바퀴 돌아 중남미의 브라질에 상륙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외환위기는 끝났다』는 조심스런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IMF가 해결사 역할을 떠맡았던 지난 1년간의 세계경제를 점검하고 이 과정에서 부침을 거듭했던 국제 경제계의 인물들을 살펴본다. 또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IMF의 변화상을 미리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동남아를 발원지로 한 금융위기는 그동안 세계 구석구석을 제집처럼 휘젓고 다녔다. 투기세력의 공세로 촉발된 세게 외환대란의 흐름과 IMF 지원국의 현주소, 그리고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본다.
◇외환위기의 경과= 『우리는 산능선에서 한무리의 사슴떼를 내려다보고 있는 늑대와 같았다』 지난해 11월초 미국의 타임지(誌)는 타이에서 촉발된 아시아의 외환위기를 설명하면서 국제투기꾼의 냉혹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타임지는 「아시아의 호랑이를 죽이는 법」이라는 제목 아래 이들 투기자본은 무엇보다 가장 좋은 먹이감으로 거품경제를 노렸으며 그들은 주도면밀한 작전 아래 취약한 아시아 통화의 평가절하 시점을 저울질해 막대한 차익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2일 최초의 외환위기가 타이를 강타했을 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도 경제의 기본조건이 다르다며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만 급급했다.
그러나 타이는 투기자본과의 외로운 싸움에서 버티지 못하고 8월20일 IMF의 자금을 지원받아야 했다. 그로부터 석달이 지난 10월말 투기세력은 아시아의 금융센터인 홍콩을 공략했고 홍콩증시의 폭락은 곧바로 한국 등 아시아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림 참조
인도네시아가 10월말 IMF로부터 230억달러를 제공받은 후 국제금융계의 관심은 온통 한국으로 쏠렸다.
아시아발(發) 금융위기는 올초부터 러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8월17일 「1,0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러시아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유예)을 선언했다. 러시아 사태 초기만 해도 국제금융시장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안정을 유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듯 했지만 중남미가 또다른 혼란에 휩싸였다. 대파국을 알리는 예고탄이었다.
그리고 11월14일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인 브라질은 3개월간의 지리한 줄다리기 끝에 마침내 41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IMF 수혜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같은 신흥시장의 위기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도 직접적으로 한파를 몰고왔다. 미국은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으며 영국 등 유럽국가들도 단일통화인 유로화 출범을 앞두고 내부 단속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신흥시장 몰락을 가져왔던 헤지 펀드 등 국제투기자본은 미국의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위기를 계기로 결국 쇠퇴의 길에 접어들고 말았다.
◇IMF 지원국의 성적표와 전망= 「한국과 타이는 안정국면 진입」, 「러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불안」. 브라질은 지금부터가 문제다.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5개국에 대한 현재의 성적표다.
전문가들은 특히 요즘 들어 아시아 경제에 대해 앞다투어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과 태국은 「IMF의 모범생」으로 불리우며 외환 위기가 끝났다는 성급한 견해마저 제시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통화가치 안정, 금리하락 등 역내 금융시장 회복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안정은 헤지 펀드로 대변되는 국제투기자본의 퇴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은 이달초 『아시아의 통화가 안정세를 보이고 금리도 하향 추세를 나타내면서 역내 경제위기가 진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물경제 침체라는 값비싼 대가는 좀체로 사라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큰 걸림돌로 남아있는 상태다.
IMF는 당초 자금지원을 대가로 각국에 대해 엄격한 긴축조치와 경제목표를 제시했다. 이 바람에 해당국가들은 심각한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으며 대량 실업과 기업들의 연쇄부도를 몰고와 IMF의 처방 자체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같은 경제붕괴는 곧바로 심각한 정치혼란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은 이 과정에서 모두 정권을 뒤바꿨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최근 대규모 소요사태가 재연되면서 지난해처럼 경제위기로 연결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옐친의 건강 악화까지 겹쳐있는 러시아의 정치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브라질의 경우 정치적 리더십은 비교적 확고한 상태이지만 IMF와 미국의 마지막 자존심이 제대로 먹혀들어갈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편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국제금융계에선 아시아 경제전망에 대해 장기적으로 회복의 길에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 조짐, 러시아의 정치 혼란, 중국의 금융시장 동요 등 아직도 숱한 불안 요인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최근 『세계 금융시장에 평온의 기류가 다시 찾아들었지만 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위기국들에게는 기업과 금융부문에 대해 과감하고 철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등을 돌렸던 외국자본을 다시 끌어들이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다. 세계 경제위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라 아직도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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