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투자협회는 5일 지난달 말 기준으로 외국인의 채권보유잔고(잠정치)가 10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채권보유잔고가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외국인이 이번 달 도래하는 보유채권의 만기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달 미리 국내 채권을 대량 순매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채권의 잔존 만기별 현황을 보면, 3~5년 만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만기물의 순매수가 이뤄졌다. 특히 만기가 1년 이하인 채권을 약 3조6,000억원 규모 집중 순매수해 전체 순매수 금액의 59% 이상을 차지했다.
외국인의 채권보유잔고는 100조원을 넘어섰지만, 지난달 국내 채권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 분위기다.
지난달 채권 장외 거래량은 전월보다 13.7%(93조6,000억원) 줄어든 591조7,000억원이었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채권 강세를 이끌 만한 시장 동력이 없는 가운데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거래가 줄어든 것이다.
투자 주체별로는 외국인이 지난달보다 26.4%(3조4,000억원) 줄어든 9조6,000억원을 거래했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256억원(3.8%) 증가한 7,000억원을 거래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약화 등으로 인해 각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외국인의 거래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채권 발행시장도 위축됐다. 국채와 금융채를 제외한 대부분의 채권 발행이 줄어들면서 지난달 전체 발행 규모는 전월 보다 9.37% 감소한 50조9,6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발행액이 지난 4월(7조8,300억원) 보다 줄어든 5조3,300억원에 그쳤다. 등급별로는 AAA등급의 발행액이 전월보다 1조6,000억원 줄어드는 등 감소폭이 컸다.
지난달 국내 채권 수익률은 대외적 악재 영향으로 크게 올랐다.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4월 말 연 2.49%였던 수익률은 지난달 말 연 2.78%(0.29%포인트)까지 상승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채권급리 급등과 외국인 국채선물 대량 매도 탓에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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