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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짐 체인지] 규제형평제도 도입, 기업피해 줄여야

획일적 법적용 땐 부작용만 키워<br>합리성 여부 심사해 예외 인정을


그렇다면 규제의 유지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고 규제로 인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지난 2009년 한때 추진됐던 '규제형평제도' 도입을 권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일선 행정기관이 민원 해결 과정에서 경직되게 법을 적용하는 일을 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가 주차장법을 적용할 때 감사에 대한 부담과 부정ㆍ비리의 오해를 받지 않으려 규제 완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규제형평제도가 있다면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공장을 지을 때는 부지 350㎡에 1대꼴로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고 시장 등은 조례를 통해 50% 범위 안에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지자체장들은 기업 활동을 돕기 위해 주차장을 더 늘려주기를 바라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지만 결국 감사 및 부정ㆍ비리 등에 심리적인 부담 때문에 주차장을 줄이거나 기준선을 지키는 쪽으로 결정하는 일이 많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18대 국회에 규제형평제도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가 규제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때 미리 국민의 청구를 받아 규제 기준의 합리적 여부를 심사하자는 취지다. 규제의 효용성과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일반적인 규제를 도저히 못 맞추는 경우가 되면 예외로 풀어주자는 대안이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규제의 편법 운영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결국 이를 통과시키지 않았다.

황동운 대한상공회의소 팀장은 "국회가 제정하는 법은 그대로 두고 행정부가 정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한해 규제를 맞출 수 없을 때만 이를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것"이라며 "법과 규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일시적인 허용으로 규제의 취지는 남게 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다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측도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민원을 해결하다 보면 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경직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인해 민원인들의 정당한 요구에 응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18대 국회에서 논의된 규제형평제도는 특정 기업이나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 전체의 권리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을 통해 차후에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분쟁하는 동안의 비용과 시간적 피해는 보상 받을 수 없다는 데서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등이 그동안 규제 완화에 노력을 기울였던 만큼 국회에서도 보조를 맞춰야 할 때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가 1998년과 199년에 민간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수정하는 취지에서 기존 규제의 50%를 과감하게 폐지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규제 완화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해외에 기요틴(guillotineㆍ단두대) 어프로치(접근)로 알려진 한국 정부의 노력은 전세계 어느 나라도 시도해보지 못한 규제 완화 사례다.

행정연구원의 김신 박사는 "비용과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 양산은 국가 전체적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합리적인 규제는 얼마든지 만들어도 좋지만 개선할 수 있는 규제를 그대로 두는 것은 결국 규제를 위한 규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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