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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자 깨지는 유리잔, 고유 진동수원리 쉽게 이해
생각트리·융합탐구교실 등 자기주도 학습으로 흥미 '쑥'
모집 때마다 순식간에 마감… 올 7만5,000명 참여 예상
지난 13일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국립과천과학관. 3층 실험실에선 어린 학생들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아프다'는 비명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기 위한 비명이었다. 초등학교 2~6학년 13명으로 구성된 실험팀은 유리통 속에 들어있는 유리잔을 손이 아닌 목소리로 깨기 위해 돌아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들은 태블릿 PC에 깔린 프로그램으로 각 유리잔의 고유 진동수를 측정한 후 같은 진동수의 주파수를 만들기 위해 소리를 질렀다. 여러 남학생들이 괴성을 질러도 요지부동이던 유리잔이 한 여학생의 짧은 "아" 소리에 거짓말처럼 깨졌다. 학생들은 고유 진동수를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이해했다. 임도현(서울 상현초 4년) 군은 "헤르츠와 고유 진동수 원리를 이해했다"며 "실험이 너무 재밌어서 부모님을 졸라 2학년 때부터 3년째"라고 즐거워했다. 우준상(경기 광남초 4년) 군은 "학교에선 못해보던 실험이라 정말 신기하다"고 좋아했다.
이처럼 국립과천과학관은 1년에 4번씩 12주 코스로 학생들이 스스로 실험하고 깨닫는 '생각트리 과학탐구교실'을 운영 중이다. 이날은 3기의 마지막 주 행사로 다음 달부터는 새로운 주제와 함께 4기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과천과학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돌아간다. 이날도 다른 실험실에선 아이들이 먼저 공부한 후 수업을 진행하는 '거꾸로 과학탐구교실'이 열리고 있었고, 전시실 곳곳에서는 에너지부터 지구·우주까지 7개 과정으로 꾸며진 '과학융합탐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직접 해 봐야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한눈 파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선빈 과천과학관장은 "이곳의 프로그램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원리를 알려주는 주입식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과학을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며 "5개 국립과학관 중에서도 과천은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이름이 높다"고 소개했다. 이어 "순식간에 마감될 정도로 프로그램 인기가 많다"며 "지난해 7만 여명이었던 참가자들이 올해는 7만5,000여 명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과천과학관은 방학을 맞아 과학 역사와 생활 속 과학 원리를 알아보려는 학생들과 어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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