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닛산과 프랑스의 르노, 독일의 다임러가 상호출자와 환경차 공동개발 등을 골자로 한 포괄적 제휴에 합의했다고 아사히신문과 NHK 등 현지언론이 6일 보도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피아트의 미국 크라이슬러 지분 인수,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스즈키의 제휴 발표에 이은 '닛산-르노-다임러' 3사 연합군의 등장으로 세계 자동차시장 판도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산-르노 연합의 회장을 맡고 있는 카를로스 곤 회장과 다임러그룹의 디터 체체 최고경영자(CEO)는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사 간 자본제휴를 위한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협상 타결로 다임러는 르노 및 닛산 지분 3%씩을 갖는 대신 자사 지분 6%를 3%씩 나눠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3사는 서로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르노와 닛산은 지난 1999년에 제휴를 맺었으며 르노가 닛산 지분 44.3%를,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각각 갖고 있다. 3개 자동차사의 연합은 '닛산-르노+다임러'의 통합이 아니라 닛산-르노와 다임러가 상호 경영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로 연맹을 유지하는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닛산-르노와 다임러사는 또 소형차와 엔진 공동개발, 부품 공통화와 공동구입 등으로 비용절감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다임러의 '스마트카', 르노의 '트윙고', 닛산의 전기자동차 '리프' 등의 개발 노하우를 공유해 친환경차 개발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다임러는 고급차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BMW나 아우디에 비해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서 뒤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베른스타인리서치에 따르면 다임러는 지난해 모두 11만7,000대의 '스마트 브랜드'와 21만9,000대의 'AㆍB클래스' 등의 친환경 자동차를 판매했지만 4억유로(약 5억4,000만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닛산-르노-다임러' 3개사의 판매량은 722만대로 지난해 말 제휴를 체결한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스즈키자동차의 860만대와 일본 도요타의 781만대에 이어 3위 수준이다. 특히 세계 선두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폭스바겐,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닛산-르노-다임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ㆍ2월에는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로 손실을 입어 '닛산-르노-다임러' 연합이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한때 세계 1위의 자동차 업체였다가 지난해 파산보호 절차를 거쳐 미국 정부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GM 역시 본격적인 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닛산-르노-다임러' 연합군의 탄생으로 자동차 업체의 합종연횡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자동차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생존을 위해 자사의 약점을 보충해줄 상대방을 찾아 이합집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의 피아트가 파산보호 절차를 밟은 미국 자동차 '빅3' 중 한곳인 크라이슬러를 인수했으며 독일의 폭스바겐은 자금난을 겪고 있던 포르셰를 역(逆)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또 최근에는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포드가 매물로 내놓은 볼보를 인수하는 등 미국과 유럽ㆍ일본의 3강 판도를 비집고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세계 자동차시장의 무게중심이 미국과 서유럽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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