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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노사정위장
입력2000-09-17 00:00:00
수정
2000.09.17 00:00:00
장영철 노사정위장"노사간 윈윈게임 유도"
대담 金仁榮 정경부 차장
『대화로 안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철(張永喆·64) 노사정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는 무엇보다도 노동계에 필요한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張위원장은 『노사간 대화와 타협을 통한 산업평화가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게임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화로 안되는 것이 없고 대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게 張위원장의 지론이다.
지난 8월13일 제4대 노사정위원장에 취임한 후 근로시간 단축,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 등 현안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張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張위원장은 노동청 차장·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 노사정위원회법 제정을 주도했다.
-오랜 정치활동을 거쳐 다시 공직에 복귀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치 생활 12년을 마무리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특히 당적을 변경하고 16대 총선에 불출마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충고와 질책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공인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노사정위원장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용기를 북돋아주고 조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면 안될 게 없다는 게 신념입니다.
-행정 전분야, 특히 노동행정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기대도 적지 않습니다. 위원장께서 노동청 차장을 지냈던 지난 80년 이후 20년 동안의 노사관계 변화와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 주십시요.
▲노동청 차장과 노동부 장관을 지낸 경력 때문에 노동행정 전문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스스로는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직생활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이견이 발생할 때 조정하는 일은 맡아본 적이 많습니다.
공직 경험을 살려 노동계의 요구와 경제 현실을 조정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라도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각오로 일할 것입니다.
지난 시기 우리 노사관계는 노동운동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권위주의적 통제와 이에 대한 저항으로 대립적인 관계가 형성돼왔습니다.
정부는 노조를 협력의 파트너보다는 성장의 걸림돌 또는 이념적 성격을 띤 조직 정도로 해석해 배제와 억압정책을 사용했고 기업도 노조와 성장과실을 나누기보다 통제하는데 주력해온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80년대 말과 90년대의 진통을 거치면서 한국적 노사관계의 관행을 만들고 이것이 98년 노사정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사정위원회는 참여와 협력을 통한 새로운 관계를 이뤄내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에 대해서도 기대와 회의가 교차하고 있습니다만.
▲외환위기 당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급속히 무너지는 경제를 보고 놀랐습니다. 이후 대선에서 정권이 바꿔 야당 입장에서 노사정위원회 출범을 지켜 봤습니다.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당선자가 가장 먼저 착수한 게 노사정위원회 구성이었습니다.
당선자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대를 걸었습니다. 기대대로 노사정위는 90개 항목에 이르는 대타협을 이뤄내면서 위기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노사정위원회법 제정 당시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으로 입안과정에 관여했는데 지금 상황은 당시와 많이 달라진 것같습니다. 노사정 평화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국민회의에 입당한 후 99년 3월부터 7월까지 정책위 의장을 맡았습니다. 정책위 의장에 선임된 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노사정위원회였습니다.
외환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위기를 극복해도 노사관계 안정은 영원한 과제라는 점에서 노사정위를 제일 먼저 찾은 것입니다. 정책위 의장으로서 노사정위원회법 제정에 기여한 것을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보다 지금이 (노사관계가) 더 어려웠졌겠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든 사람이 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노사정위원장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서울역 민주노총 시위현장을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노사정 협약을 지키지 않는다며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상태입니다. 반쪽 노사정위원회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러 차례 민주노총을 설득했습니다. 사실 노동행정 경험은 있어도 노동운동계와는 인맥이 없습니다. 재야도 그렇고요. 민주노총 사람들에게 「나는 노조를 잘 모른다. 하지만 노조를 가장 많이 이해하는 대통령이 있지 않느냐, 인권대통령이 주도하는 노사정 평화에 발을 맞추자」고 부탁했습니다.
지금은 근로시간 단축 등 굵직 굵직한 현안이 걸려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민주노총을 계속 설득하겠습니다.
-노사정위원회가 또 하나의 정부 조직을 늘리고 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산업평화는 지상과제입니다. 노사정위원회는 노사가 서로 이익을 보는 윈-윈 게임을 성사시키는 데 앞장서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기구(OECD)도 노사정위원회를 높이 평가하고 큰 기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3자 기구를 만든 적은 많지만 우리처럼 단기간에 광범위한 대타협을 달성한 사례는 전무후무합니다.
노사정위원회는 그 가치가 무한한 우리 모두의 공동 자산입니다. 노사정위원회에 일하는 박사급 직원들이 모두가 소신을 갖고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을 보고 감명받았습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노사정위원장으로) 실세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세는 여러분이 만드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실세란 힘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일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모두가 힘을 합치고 양보해 대타협을 이뤄내는 게 모두 실세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89년 노동부 장관 재임 당시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환경 개선에 업적을 남겼다는 시각과 89년과 90년의 강경 노동정책의 시발점이라는 해석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89년 봄은 대형분규만 5,800건에 달했던 시기입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분규가 발생한 해이기도 합니다. 노동부 장관이 청사 집무실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노동부 장관이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풍산금속과 현대중공업·서울지하철 노조의 시위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와중에서도 주당 48시간이던 근로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했습니다. 경제계로서는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노동부는 재계 등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으면서도 결국 관철했습니다. 힘으로 강행한 게 아니라 설득과 대화로 푼 것입니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다른 나라들은 100년이 넘는 시간을 소요했습니다. 당시의 경험을 충분히 살려 노사정위원회의 근로시간 단축논의가 잘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동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유보해온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노사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어떻게 수습할런지요.
▲난관이 많을 것입니다. 노사간 이해조정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로 만나 직접 살을 맞대고 얘기하다 보면 실마리를 하나씩 풀 수 있습니다.
위원장 취임 직후 제주도에서 노사간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난상토론을 펼친 결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들도 의견을 접근시킬 수 있었습니다. 대화하면 풀릴 수 있습니다. 노사정위는 공청회·세미나 등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대화를 주선하고 주도할 것입니다.
요즘 노동계는 물론 학계와 종교계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나 협조를 구하고 있습니다. 조직에는 저마다의 특성이 있습니다. 노조도 조직으로서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협상에는 앞만 있는 게 아니라 정당한 뒤도 있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게 노사정 평화의 시발점입니다.
/정리=권홍우기자HONGW@SED.CO.KR 사진=신재호기자입력시간 2000/09/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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