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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불행으로 위장된 축복
입력1999-02-10 00:00:00
수정
1999.02.10 00:00:00
金聖泰(부국장겸 증권부장)『독과점, 자본가의 횡포, 정경유착, 엉터리 분식결산, 탈세.』
이른바 「악덕자본가들의 시대」로 지칭되는 19세기초 미국경제상황을 대변하는 단어들이다.
미국은 1930년대 세계대공황때도 산업기반의 붕괴로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하며 정부, 기업, 금융기관, 근로자 등 경제주체들이 거의 모든 것을 잘라내고 포기하는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대를 거쳤다. 80년대 들어서는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과 과잉중복투자 등으로 국가경쟁력이 땅에 떨어지는 소위 거품경제로 혼쭐이 났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제통화가금(IMF)사태와 같은 위기상황을 미국은 이미 한두 세기전부터 비싼 수업료를 물며 극복해온 것이다.
세계경제를 지배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고 있는 미국경제는 공짜로 이룬 것이 아니라 숱한 시행착오와 고통의 상처로 얼룩진 200여년간 위기극복의 역사를 바탕에 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하면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등 과거 우리보다 잘살았던 국가들중 경제위기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채 후진국으로 주저앉은 나라들도 많다.
특히 브라질은 최근까지 경제위기를 극복하며 잘 나가다가 막바지 정치, 공공부문의 개혁에 발목을 잡히며 또다시 외환위기를 맞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까지만해도 국제사회에서 성공적인 경제구조조정으로「아마존강의 기적」이라는 칭송을 들을 정도로 위기국면에서 벗어나는듯 했다. 브라질은 시장개방과 통화긴축, 고금리정책 등 과감한 개혁과 IMF의 지원으로 한때 2,500%까지 치솟았던 인플레를 97년에는 14%대로 뚝 떨어뜨렸다. 두자릿수의 실업률도 5%미만으로 낮췄다.
그러나 브라질은 이같은 일시적인 성공에 대한 자만과 국론을 분열시키는 정치적 혼란,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정부및 공공부문의 조직과 재정적자 등 기득권층의 위로부터의 개혁지연으로 구조조정의 경제적성과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미국경제의 강점이나 최근의 브라질사태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개혁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IMF위기를 극복하며 선진국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개혁과 구조조정을 성공시켜야하며 사정이 나아졌다고 자만하거나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IMF 신탁통치를「불행으로 위장된 축복」에 비유하기도 한다.
IMF체제는 30~4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고속성장을 하며 역대 정부조차 손을 대지 못했던 누적된 고질병과 구조적 문제점들을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경기회복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으로 긴장감이 풀리며 분위기가 느슨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경기낙관론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감을 안겨주고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자칫 흥청거리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거품경제를 유발하거나 더욱 죄어야할 개혁작업을 흐지부지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벌써부터 정치, 공공부문의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빅딜 등 기업 구조조정이나 금융개혁도 실질효과 보다는 가시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지역감정이 끼어들고 경제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당초 취지가 크게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개혁에 앞장서야할 정치권은 개혁은 커녕 혐오스러운 정쟁으로 오히려 국민들의 모럴해저드를 부추기며 개혁의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
진짜위기는 이제부터라 할 수 있다.
외환위기를 한고비 넘겼다고 우쭐하거나 섣부른 낙관론에 취해 지금까지 다잡아온 개혁분위기를 흩트려서는 않된다.
국가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고 각종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방심할 때는 아니다. 이제 겨우 최악의 상황을 넘겼을 뿐이다.
아직도 우리 앞에는 정치, 공공부문개혁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
최근의 브라질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한국의 IMF행이 「불행으로 위장된 축복」이 될 수 있도록 다시 마음가짐을 가다듬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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