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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운임 5천원시대' 섬주민 생활 대변신
입력2006-05-03 07:03:30
수정
2006.05.03 07:03:30
미장원,계모임 육지서…'섬 경제 무너진다' 우려 목소리도
여객선 운임 5천원 시대가 열리면서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등 생활 풍속도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열악한 교통편은 물론 비싼 여객선 요금 때문에 뭍에 나가기가 어려웠던 시절 유행한 '바다가 육지라면..'의 노랫말은 요금 인하 효과가 나타나면서 이제 옛말이되가고 있다.
섬 주민들은 "목욕은 물론 도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찜질방과 미장원, 고급식당에도 이제 부담없이 찾을 수 있고 육지로 유학 보낸 자녀들 얼굴도 자주 볼 수있어 정말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섬주민 여객선 운임 5천원 시대 개막
정부가 지난 3월 1일부터 섬주민에 대한 여객선 운임 지원을 시작했다.
이 운임지원 제도는 도서지역을 운항하는 모든 노선에 대해 정률지원 20%, 선사할인 20% 를 적용한 뒤 운임이 5천원을 초과할 경우 섬주민에 한해 5천원만 부담하도록 하고 나머지 요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토록 하고있다.
이에따라 편도 운임 4만3천200원인 가거도-목포간을 비롯 홍도(2만8천300원),흑산도(2만2천원), 여수-거문도(4만7천원), 경북 포항-울릉도(2만4천100원), 인천-백령도(3만7천원) 등 원거리 항로 요금이 모두 5천원으로 경감됐다.
◇ '계모임, 목욕하러 육지 갑니다'
신안군 흑산도에 사는 조용호(58.예리)씨는 최근 목포시 하당동에서 열린 '신안무자회'(戊子會.신안군 쥐띠생들의 모임)에 참석차 목포에 나왔다.
평소 같으면 비싼 여객선 요금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할 모임이었다.
하지만 요금 인하로 부담없이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수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1년 4번 모임에 1-2번 참석했는데 이제는 계 모임이 언제 열리나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여수 거문도에 사는 황말희(58.여)씨는 "지난 달 초 여수시 중앙동에서 가전제품을 샀다. 지금껏 인터넷이나 팸플릿을 보고 물건을 골랐지만 그날은 2시간 동안 사고 싶은 김치냉장고를 '직접' 본 뒤 구입했다"고 기뻐했다.
신안 흑산도와 가거도 아줌마(?)들도 이제 도시로 나와 머리를 자르고 찜질방에 들어가 피로도 풀고 1-2개월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했던 유학 보낸 자녀들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상면하는 기쁨까지 덤으로 맛보고 있다.
인천 백령도 김정욱(42) 이장은 "요금이 내리면서 주민들의 육지 나들이가 늘었다"면서 "예전 같으면 꼭 나가지 않아도 될 일인데 이제는 부담없이 쾌속선에 몸을싣고 육지로 나가는 주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인천과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사인 진도운수 관계자는 "요금이 내리면서 주민들의 왕래가 늘어 여객이 10-20% 정도 증가했다" 밝혔다.
◇ 도서.낙도 인구 증가 '기현상'
여객선 요금 할인 혜택이 주민등록상 섬 거주자에게 주어지면서 도서 낙도 인구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의 최서남단 신안 가거도는 3월 이후 인구가 60명 늘었다.
목포로 주소를 옮겼던 주민과 공사현장 인부, 군인들이 전입해 왔기 때문.
흑산도 400명을 포함해 최근 신안 섬으로 전입해온 인구는 모두 800명이다.
울릉군도 지난 해 보다 468명이 늘었다. 여수 거문도도 107명이 증가하는 등 전국 각지의 섬이 귀향객(?)들로 활기를 되찾고 있을 정도다.
섬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교사, 우체국 직원과 가족들은 "이제 섬이 경제적 부담과 불편함만을 안겨주는 곳이 아니다"며 섬으로 이주하고 있다.
흑산면사무소에는 하루 평균 1-2명이 전입해 오고있다.
◇ '섬 경제 붕괴' 우려도
"농촌에 자동차가 늘고 인근 도심에 대형 할인 마트가 생겨나면서 시골 구멍가게가 거의 사라졌다"는 김강석(60.흑산면)씨는 "주민들의 경제활동 구역이 목포로 넓어지면서 섬 경제가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비싼 여객선 운임 때문에 섬에서 모든 것을 사서 먹고 썼으나 이제는 그런 부담이 없어져 '꺼리'를 만들어 목포로 나가고 있다"면서 "벌써 주민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 왔던 미장원과 식당 등이 타격을 입고있다"고 말했다.
백령도 진촌1리 이장 김정욱씨도 "앞으로 싸진 뱃삯 때문에 주민들과 군인들의육지 나들이가 많아지면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던 가게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쾌속선을 운항하는 여객선 관계자는 "이 요금 지원제도가 주민들에게 큰 기쁨을선사하고 있지만 지원 요금이 4-5개월만에 지원돼 선사의 경영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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