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택 서울대 약학과 교수는 염소이온채널의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그동안 불치병으로 알려져온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 등의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신경세포나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염소이온채널은 신경의 흥분성을 조절하고 전해질과 수분의 분비ㆍ흡수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녹타민1'이 침·눈물·땀등 분비 관여 밝혀
활성 늘리면 기관지 마름 현상도 치료 기대
신약개발도 활발…수십건 국내외 특허등록
염소이온채널은 지난 1882년 최초로 발견된 후 다양하고 중요한 생리적 기능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유전자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20년이 넘도록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를 오 교수는 찾아낸 것. 오 교수의 연구결과가 지닌 중요성은 지난해 10월 최고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지’에 기조논문(Article) 형태로 게재된 데서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이 ‘네이처’지에 연구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난은 ‘아티클’과 ‘레터(Letter)’로 나뉘는데 아티클에는 세계적인 이슈가 되는 주제를 담은 논문들이 게재되고 레터에는 단일 주제에 대한 독창성이 뛰어난 연구논문이 실리게 된다. ◇염소이온채널 유전자 세계 최초 발견=염소이온채널은 세포 내 염소이온의 이동을 조절해 신경세포나 근육세포의 전기적 흥분성을 조절하는 통로다. 특히 상피세포에서 염소이온을 세포 밖으로 내보내 침과 눈물ㆍ땀 등 상피세포의 수분 분비에 관여하는 필수적인 이온통로다. 여러 개의 염소이온채널 가운데 세포 내 칼슘(Ca2+)으로 활성화되는 염소이온채널(CaCC)은 상피세포에서의 분비나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주요 이온채널이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은 염소이온채널의 유전자를 발견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였지만 찾지 못했다. 생물학적 기법을 이용해 TMEM16A라는 유전자가 염소이온통로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오 교수는 이를 ‘아녹타민1’로 명명했다. 상피세포에서의 물 분비는 먼저 염소이온이 염소수송체(NKCC1)를 통해 세포 밖에서 세포 안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포 안쪽의 염소이온 농도가 짙어지면 염소이온통로인 아녹타민1이 열리면서 염소이온이 통로 쪽으로 나간다. 이렇게 염소이온이 침샘 밖에서 침샘통로 쪽으로 계속 흘러가면 삼투압 때문에 물도 침샘 쪽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많은 양의 침이 분비되는데 이때 염소이온통로인 아녹타민1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 기능이 억제되면 침 분비 역시 억제된다. 이러한 현상은 침샘뿐 아니라 분비와 흡수를 하는 상피세포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낭포성 섬유증 치료에 전기 마련=아녹타민1의 발견은 낭포성 섬유증 치료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낭포성 섬유증은 기관지에서 염소이온 분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관지가 마르게 되면서 숨을 쉴 수 없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불치병이다. 염소이온 분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물이 섬모 쪽으로 이동하지 않아 기관지가 마르게 되고 섬모의 움직임도 없어진다. 섬모가 움직이지 않으면 기관지에서 먼지나 병균 등을 제거할 수 없어 결국 기관지가 막히면서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기관지세포에서 아녹타민1의 활성을 증가시키면 염소이온 분비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물 분비도 증가한다. 아녹타민1을 이용한 치료제가 개발될 경우 낭포성 섬유증 치료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이온채널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오 교수는 1983년 미국 오클라호마대 의대 생리학과에서 신경생리학 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후 지금까지 통증연구에만 전념해온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다. 초기에는 척수나 뇌에 내재하는 통각신경세포의 성질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고 1990년대 들어서는 중추에서부터 말초의 신경세포로 연구를 확장했다. 특히 감각신경세포에 존재하는 통증 관련 이온채널 연구에 전념하면서 놀라운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녹타민1을 발견하기 전에는 캡사이신채널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으로 잘 알려진 캡사이신은 감각신경에 작용해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오 교수는 캡사이신채널이 신경세포에 존재하며 캡사이신과 같은 자극으로 열린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 이외에도 캡사이신채널의 내인성 활성물질을 발견, 브래디키닌이라는 통증물질의 통증발생 신호전달 기전을 규명하기도 했다. 특히 캡사이신채널을 이용한 새로운 진통제를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등 연구뿐 아니라 신약 개발도 활발히 하고 있다. 오 교수는 2005년 이후에만도 국내 특허 7건을 등록했거나 출원 중이며 해외특허 등록ㆍ출원건수는 61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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