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월 이후 강경하게 요구하던 개성공단 300달러 임금인상안을 뒷전으로 미뤄둔 채 5% 임금인상안을 제안한 것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변화 여부를 물어보는 응수 타진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폐쇄위기 상황까지 몰고 갔던 개성공단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4월 이후 세 차례 진행된 남북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북측 근로자 임금 300달러 ▦토지임대료 5억달러 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최근 북한의 국제사회 유화조치 움직임을 감안해도 이번 임금인상 5% 제안은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의 이번 인상안은 남북합의에 따라 2003년 9월18일 마련된 북한법인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개성공단 기업 종업원의 월 최저임금 인상폭은 전년도의 5%를 넘길 수 없다. 북측은 이 규정에 따라 이번에 최대의 인상폭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개성공단 출범 당시 월 50달러였지만 두 차례의 인상을 거쳐 현재 55.125달러로 규정돼 있다. 개성공단관리위와 북측 총국이 임금인상안에 최종 합의하게 되면 합의안을 토대로 개별 입주기업들은 각자 자기 회사 소속 북측 근로자에 대한 임금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북한이 8월부터 내년 7월 말까지 적용할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과 관련해 5%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일단 개성공단과 관련한 남북 간 기존 합의를 존중하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개성공단 관련 특혜조치를 재조정하는 남북 간 실무회담이 중단된 상태에서 8월부터 적용하는 북측 근로자 임금인상분은 우선 챙겨두자는 속셈으로도 풀이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5% 임금인상안을 제안함에 따라 6월 남북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요구한 '임금 300달러'안은 일단 철회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물론 북측이 이번에 5%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임금 300달러, 임대료 5억달러 안을 취소하겠다고 분명하게 발표하지 않은 만큼 언제라도 다시 거론될 수는 있다. 하지만 북측의 인상안을 우리 측이 수용할 경우 내년 7월 말까지는 이 같은 합의안에 따라 추가 임금임상은 소급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짙은 만큼 당장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인들에게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셈이다. 또한 토지임대료 5억달러 사안도 북한이 이번에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이를 다시 제기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북측의 이 같은 유화 조치의 배경을 놓고 진의파악에 나서면서 앞으로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 월 임금인상 300달러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접고 우리 정부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한 것을 감안해 앞으로 개성공단 실무회담 등을 통해 남북당국 간 대화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 반면 임진강 참사와 관련해 북한의 분명한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의 유화책을 받아들이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은 정부에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과거 북한의 모습을 보면 북한이 임진강 참사에 대해 당장 사과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남북회담이라는 창구가 마련되면 북한이 이를 통해 유감을 표명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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