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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산업, 이젠 세계를 무대로] <2> 사상최대 순익의 함정

이자수익 편중…안정성장 기반 절실

런던 금융가 로이드 보험사. 영국은 1980년대 철저한 금융개혁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금융경쟁력을 갖췄다.


뉴욕 씨티그룹 본사 앞에 서 있는 씨티의 상징 '빨간 우산' 앞을 직원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습니다. 그러나 수익구조가 편중돼 있고 자산 성장이 정체되는 등 미래 성장동력이 부족합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상반기 당기순익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특수요인으로 만들어진 1회성 손익입니다.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성장과 이익창출의 토대를 다져야 합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 은행들은 올 상반기 8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순익을 냈다. 그러나 은행을 진두지휘하는 은행장의 마음은 편치 않다. 하반기에도 LG카드 매각만으로 2조원이 넘는 이익이 예약돼 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처럼, 은행들은 올해 순익 규모가 커진 만큼 내년에는 더 큰 폭의 순익 감소를 예상해야 한다. 은행들은 지금 내리막이 눈 앞에 보이는 정상 가까이를 걷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출 감소, 예대마진 축소 등으로 순이자마진(NIMㆍ은행의 수익력)은 줄어드는데, 이를 메워줄 비이자 수익은 크게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LG카드 매각 등으로 순익이 크게 늘어나는 올 하반기에 은행들의 순익이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까지의 수익성 호조는 안정적ㆍ항구적 이익이 아닌 일회용 이익에 의한 것이었다. 보유자산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총이익률(총이익/총자산)은 지난 2005년 상반기 2.98%에서 2006년 상반기에는 2.92%로 낮아졌다. 미국(5.44%)의 절반을 맴도는 수준이다. 장부상으로는 순익이 크게 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익창출 능력을 잃은 셈이다. 그래서 글로벌 은행과 비교한 국내 은행의 경쟁력은 여전히 낙제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미국 은행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사업구조 다변화나 리스크 관리, 국제 경쟁력 측면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황규찬 나고야대 상과대 교수도 “구조조정과 기업 실적 호조로 은행의 재무제표가 좋아졌다고 은행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외국 은행의 공략을 받기 쉬운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국내 시장마저 뺏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은행은 한미 FTA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숨가쁜 상황에서 ‘세계적인 선진 대형 은행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지역 군소은행으로 전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내 은행이 선진 대형 은행에 진입하려면 안정적이고 다양한 수익원 발굴이 절실한 과제다. 신상훈 행장도 “두바이와 바레인이 1회성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항구적인 대체산업 경제, 미래형 산업도시로 탈바꿈한 것처럼 장기 성장동력 개발과 기초체력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며 국내 시장을 지키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의 수익 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다각화와 사업구조 강화를 주문한다. ‘모든 계란(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는 튼튼한 바구니(금융회사)가 되겠다’는 비전을 고객들에게 심어주고 고객을 위한 편리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이자수입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선진 은행과의 격차를 줄일 수 없다. 국내 은행의 올 상반기 이자수익은 전체 이익의 86%나 된다. 1년 동안 8.5%나 높아졌다. 미국의 50%, 유럽의 30%를 따라잡기에는 격차가 너무 큰 상황이다. 금융컨설팅 회사인 앤플랫폼의 강영재 부사장은 “(미국의) 웰스파고은행은 ‘모든 계란을 담을 수 있는 튼튼한 바구니가 되겠다’는 모토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의 만족도 높이고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도 얻고 있다”며 “고객들이 모든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튼튼한 바구니가 될 수 있도록 사업구도를 짜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지역 다각화’를 위한 씨앗도 지금 뿌려야 한다. 동남아시아 허브뱅크가 되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은 각각 자산의 25%, 61%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면서 자국에만 투자하는 데 따른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반면 국내 은행의 해외자산 비중은 2%에 미치지 못한다. 강 부사장은 “선진 은행들은 안정적인 이익 확보를 위해 업무영역과 함께 사업지역도 넓혀가는 추세”라며 “우리나라 은행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중국ㆍ베트남 등 동남아국가로 뻗어나간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모든 은행이 해외, 대기업, 투자은행(IB), 고액 고객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면서 생겨나는 틈새시장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저소득층과 소규모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지역사회 인프라 펀드에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리 딤스키 UC리버사이드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은행이 미국 은행처럼 주식 매매ㆍ거래, 투자업무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지만 체이스나 씨티은행도 안정적인 수익은 은행 업무에서만 난다. 은행 밖으로 나가는 것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다른 은행이 소홀히 하는 저소득층과 소규모 중소기업 대출, 지역사회 펀드 투자를 늘린다면 장기적으로 은행의 명성과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씨티그룹 수익창출 어떻게
"우산·나막신 같이 팔아야"
상품·지역 다각화가 비결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은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벌까. 해외 영업이익이 총이익의 1%도 안 되고 비이자 수익이 전체의 15%를 밑도는 국내 은행의 현실을 생각할 때 다양한 수입원을 가진 씨티그룹의 상황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씨티그룹의 핵심전략은 수입기반 다각화. 우산과 나막신을 같이 팔아야 비가 올 때나 맑을 때나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상품을 여러 지역에 팔아야 외풍을 덜 타고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을 낼 수 있다. 씨티는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2억개 이상의 고객계좌를 갖고 사업을 한다. 지난 2005년 결산에서 246억달러, 우리 돈으로 23조원이 넘는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2004년 170억달러보다 70%나 증가한 것이다. 비결은 다양화. 지역별 수입비중은 미국이 5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 다음은 아시아로 14%를 차지하고 멕시코 10%, 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 8%, 일본 6%, 라틴아메리카 5% 등으로 골고루 퍼져 있다. 사업부별로는 글로벌 소비자 그룹에서 판매한 것이 전체 수익의 절반을 약간 넘는 53%, 기업 및 투자금융 34%, 대체투자 7%,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6%를 차지했다. 세부적인 상품 항목별로 보면 어디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얻었을까. 가장 큰 순익은 '자본시장, 뱅킹 상품'으로 53억달러, 다음은 '미국 카드 상품'이 27억달러, '국제소매금융 상품' 20억달러, '미국 소비자 대출 상품' 19억달러로 이 네 가지가 전체의 절반이다. 씨티그룹은 올 2ㆍ4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다. 지역과 상품을 다각화한 결과다. 한 사업이 부진해도 다른 사업에서 얼마든지 이를 만회할 수 있다. 2ㆍ4분기에 비용은 늘고 글로벌 소매금융, 자산관리, 대체투자 사업의 실적은 부진했다. 그러나 지점을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수익기반을 확충하고 법인ㆍ투자은행 사업의 실적을 끌어올려 지난해 2ㆍ4분기보다 총순익이 4% 늘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소매금융의 총수익이 5% 늘어난 것도 한 몫을 했다. 소매금융은 금리상승으로 예대마진이 줄고 모기지 대출을 받는 규모도 줄어들면서 영업환경이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소비자 신용 개선 등에 따른 대손충당금 이익을 계상하고 지점 증설을 통해 수익기반을 확충하면서 이익을 냈다. 법인ㆍ투자은행 부문에서는 좋지 않은 시장상황이 기회로 바뀌었다. 전세계적으로 주가와 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위험이 높아졌다. 그러나 글로벌 뱅킹, 글로벌 투자, 매매 서비스 사업은 미국과 유럽ㆍ중동ㆍ아시아 등 전반에 좋은 실적을 냈다. 2ㆍ4분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한 17억달러를 기록했다. 한 분야에서 좋으면 다른 분야에서 좋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순익은 가능하다. 글로벌 자산관리 분야가 그랬다. 스미스 바니를 통해 운용자산 수수료를 많이 벌었지만 프라이빗뱅킹(PB) 수익이 상대적인 낮았다. 그래도 순익 8% 증가는 달성했다. 씨티그룹은 금리가 오르고 시장 변동성이 커져도 수익을 계속 늘리기 위해 지점을 선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 최근 수익률이 좋은 신용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영업력을 키우기 위해 경쟁력이 가장 좋은 곳에서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했다.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이사는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합쳐지는 글로벌 경제, 변화의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며 "최고의 금융기관은 없지만 씨티그룹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리더십과 전략, 그리고 인재가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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