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규제개혁 끝장토론 후 공직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가 여삼추"라며 속도전을 주문하자 이른 시일 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감에 짓눌려 있다.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산하 기관장이나 협회장ㆍ부회장으로 내려간 퇴직 공무원에 SOS를 치기도 한다. 숨은 규제를 찾기 위해 쳐다보지도 않던 캐비닛을 다시 열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집계한 등록 규제 1위(2,443개)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서승환 장관이 직접 직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서 장관은 주말인 지난 22일 과장급 이상 간부 130여명을 경기 성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옥으로 불러 '국토교통 규제개혁 간부 워크숍'을 열었다. 서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국토부 직원 모두가 상하 구분 없이 규제개혁의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거창한 제도 개선이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법령을 해석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해결 방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예상 밖으로 분위기가 뜨거웠다"며 "각 국(局)이 제로베이스에서 규제를 재검토하기로 하고 리스트 작업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투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설·입지 규제를 중점 검토하고 있다.
경제규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기획재정부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재부는 △부처끼리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일명 '덩어리규제'를 푸는 조율 작업과 △투자 프로젝트별 걸림돌을 제거하는 신속대응 △서비스산업 규제를 해소하는 세 가지 방향을 잡고 이를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덩어리 규제의 경우 부총리급 부처인 기재부의 강력한 중재 능력이 필요하다는 게 관가의 분석이다. 예를 들어 산업입지 규제를 보면 조성 작업에서는 국토부가 규제를 관장하지만 산단을 운영할 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면에 나서고 환경 문제는 환경부가 총괄해 기업이 투자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재부는 이런 덩어리 규제를 한 자리에서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규제처리 시스템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다.
투자 관련 규제는 민원이 들어와 있는 각 프로젝트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검토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끝장토론을 전후로 기업 투자에 부담이 되는 규제들을 A부터 Z까지 끄집어내 분석하는 리스트업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최근 제기된 현안 외에도 고질적 문제가 된 규제들을 살펴보기 위해 캐비닛 속 정책목록을 뒤져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량 규제 완화 같은 거시적인 개선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보여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공감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관가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정작 필요한 규제가 없어지거나 완화돼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무엇보다 크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규제 완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정말 면책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바람을 타고 터무니없는 민원이 쇄도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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