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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경기침체-대기업긴축으로 신음] 허약한 체력에 돈줄 못구해 휘청

경기침체로 중소기업이 겪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기초 체력이 튼튼한 대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유보가 거의 없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수개월째 이어지는 불경기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운전자금을 구하느라 사채시장을 기웃거려야 할 정도다.. 더욱이 대기업들마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해 더욱 혹독한 시련이 예고되고 있다.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돈 구하기가 외환위기 때 보다 더 어렵다” “이러다가 흑자 도산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 일상화됐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중소기업 지표=중소기업의 현실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은 `빨간 불`일색이다. `굴뚝 산업` 경기가 가라앉더라도 정보기술(IT) 등 첨단 기술업종의 선전으로 가능했던 지표상의 균형도 완전히 깨졌다. 기업은행이 조사한 지난 1월의 중소제조업 생산지수가 11개월만에 최저치인 92.6으로 떨어진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경공업의 몰락이다. 섬유ㆍ가구ㆍ신발ㆍ사무기기 등 경공업 산업군의 생산지수는 지난 1월 한달에만 평균 15% 가까이 급락해 사활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ITㆍ통신업종의 기반도 붕괴 직전이다. 두루넷 법정관리가 상징하는 것처럼 통신ㆍ네트워크회사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컴퓨터 관련 중소업체의 매출은 지난 1~2월 전년 동기보다 30%나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0년 밀레니엄버그(Y2K) 문제 등으로 대거 늘어났던 컴퓨터 수요가 교체 시기인 3년이 지났는데도 움직임이 없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PC 관련 중소기업은 반 이상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화되는 돈맥(脈)경화=중소기업들의 생산과 매출 부진은 자금난으로 직결된다. 기업들은 운전자금에 목이 타고 있지만 돈줄은 갈수록 말라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건실한 코스닥 등록기업에도 돈이 돌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월에는 등록기업 3개가 1차 부도를 냈다. 돈 구할 곳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사채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지난달 20일 하루에만 코스닥 등록기업만 무려 8개사가 한꺼번에 각각 5억~10억원씩 모두 76억원의 사채를 빌려갔다”며 “통상 어음을 할인해 쓰는 것과는 달리 대주주나 경영진의 개인 재산을 담보로 빌려갈 정도로 사정이 급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게 빌려준 조건은 월 1.8%”라고 덧붙였다. 정상적인 자금 조달이 아닌 만큼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강화된 코스닥 퇴출 규정에 따라 사채라도 끌어들이지 않으면 그나마 증시에서 마저 퇴출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이들 기업을 사채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연쇄 부도 공포 시작되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제 때 못 갚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사고율은 지난해 10월 0.6%에서 11월 0.4%로 낮아졌다가 12월에는 1.5%로 급등했다. 신보 관계자는 “1~2월 집계가 아직 안 끝났지만 지난해 말에 비해 더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은행들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조흥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이미 자체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대출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이 기업체들의 경우 대출금 중도회수로 인해 손해를 보더라도 담당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통신ㆍ컴퓨터ㆍ가구ㆍ섬유 등 업종에 대해 특별 대출관리를 하기로 했다. 또 지점장 전결 대출한도를 42억원에서 28억원 수준으로 줄이고 중소기업 연체에 대해서는 본점 차원에서 특별 관리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작년 말부터 음식, 소매, 통신서비스, 소프트웨어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 대한 신용도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심사기준을 더욱 강화했다. 특히 종전에는 대출 만기가 돌아와도 연체 내역만 없으면 대부분 연장을 해줬지만 최근 이들 업종에 대해서는 심사를 통해 부적합 판정이 나면 연장을 해주지 않고 바로 회수하고 있다. <김현수,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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