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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커피가 주는 여유, 그 속에 온갖 인간 군상이…

영화 리뷰- '담배와 커피' 11편의 단편으로 만들어져



건강에 대한 온갖 경고들과 흡연금지구역 확대 등 정책이 난무해도 커피와 담배는 여전히 현대인들에게 삶의 활력소다. 지금도 사무실 건물이 즐비한 거리 한구석 어딘가에서는 삶에 지친 사람들이 커피 한잔에 담배 한 개비를 물고 하염없이 대화를 나눈다. 대화의 내용은 상관 없다. 오직 그들은 매캐한 담배 연기와 쌉쌀한 커피 맛이 주는 여유를 즐길 뿐. 미국 인디영화계의 거장 감독 짐 자무쉬도 오래 전부터 이 커피와 담배가 주는 여유에 푹 빠져 있었다. 그래서 작품활동 중간중간 친분이 있는 배우들과 함께 커피와 담배를 소재로 한 단편을 만들곤 했다. 27일 개봉하는 ‘커피와 담배’는 이렇게 해서 탄생된 짐 자무쉬의 단편 모음이다. 1986년부터 2003년 사이 만들어진 커피와 담배를 소재로 한 단편 11편을 담았다. 영화의 형식은 매우 간단하다. 누추한 커피숍에서 담배를 문 인간군상들이 벌이는 의미 없는 수다를 담는 것이 영화의 전부. 첫번째 에피소드 ‘자네 여기 웬일인가?’에서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는 커피에 중독된 손을 덜덜 떨면서도 커피와 담배에 관한 예찬이 담긴 궤변을 늘어놓고, ‘캘리포니아 어딘가’에서는 팝스타 이기 팝과 재스가수 톰 웨이츠가 금연에 대한 비겁한 변명들을 늘어놓는다. ‘사촌’에서는 잘난 척하는 영화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그의 사촌 샐리가 질투 속에 서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 속에 항상 배경으로 깔리는 것이 메케한 담배연기와 쌉쌀한 커피. 영화 속 인물들은 커피와 담배가 주는 여유 속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공간 속에서는 잘 나가는 팝스타나 일류 배우도 한낱 질투하고 시기하고 궤변을 늘어놓는 평범한 인간 군상들일뿐. 작품활동 내내 인간들간의 소통부재에 대한 치열한 관심을 드러냈던 짐 자무쉬는 이번 영화에서도 대화가 단절된 현대인들의 모습에 집중한다. 하지만 영화는 ‘소통부재’를 거창한 철학으로 말하는 대신 인간들의 가장 평범한 모습에 담아 관객에게 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하며 한편으론 친근하다. 주인공들의 얄팍한 모습들은 영화를 보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 ‘커피와 담배’는 그렇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한 영화다. 7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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