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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으로 형성돼온 세계질서
입력2003-07-21 00:00:00
수정
2003.07.21 00:00:00
강동호 기자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케네스 포메란츠외 지음/ 심산 펴냄
“영국에게는 정당한 명분이 있다……다른 나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모욕적인 제후-봉신 관계위에서 통상관계를 맺겠다는 거만하면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중국쪽 주장에 전쟁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
1839년 영국이 중국을 상대로 소위 `아편전쟁`을 시작했을 때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존 퀸시 애덤스는 영국 편을 드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것이 비록 영국이 중국의 차를 사 가려고 아편을 대량으로 팔다가 거부당한 `부도덕한` 일에서 발단이 되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 같은 `짝짜꿍`은 150여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올 초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명분으로 수천년 쌓아 온 인류문화유산의 보고 바그다드에 미사일을 퍼붇는 전쟁을 시작했을 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거꾸로 미국 편을 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왔다. 자기보다 후진적이고 낙후된 세계를 `야만적`이라거나 심지어 `깡패국가`라고 부르는 것은 서세동점이 시작된 15세기이래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행해 온 명분쌓기용이란 것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어바인 소재) 역사학 교수인 케네스 포메란츠와 스티븐 토픽 교수는 이번에 나온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THE WORLD THAT TRADE CREATED)`이란 책에서 지리상의 발견이후 교역을 명분으로 서구 국가들이 신대륙과 아시아에서 행 해온 폭력의 역사를 낱낱이 파헤친다.
중국의 차와 비단 등 서유럽 상류사회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값비싼 물품을 구입하기 위한 금ㆍ은을 얻기 위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아프리카에서 `길가는` 흑인들을 잡아다 신대륙의 광산에서 인간 이하의 열악한 조건하에서 혹독한 노예노동을 강요했다. 여기서 캐낸 광물을 실은 배가 유럽이나 아시아로 향할 때쯤에는 보다 속도가 빠른 선박과 대포로 무장한 영국과 네덜란드의 `해적`들이 이들 `보물선`을 덮쳐 선적한 재물을 약탈했다. 그리고 영국의 국왕과 네덜란드 정부는 거드름을 피우며 이들 해적선은 자신들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발뺌하기 일쑤였다.
이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설탕과 커피 역시 처음에는 극소수 상류층을 위한 대규모 노예노동의 산물이었다. 예컨데 커피 애호가였던 프랑스 왕 루이 14세(1643~1715)가 마신 커피는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에서 무슬림들이 각성제로, 커피의 맛을 내던 설탕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의 섬 상투메에서 소규모로 생산된 것으로 점차 대중화되면서 브라질 등 중남미에서 노예들에 의해 대량 생산되었다.
저자들에 따르면 당시 세계경제 네트워크의 주역들은 범죄자나 불량배들이 다수 포함된 이민자, 상인, 해적, 모험가들이었고 이들은 전 지구를 돌면서 향료, 설탕, 커피, 차, 담배, 면화, 노예, 무기 등을 거래하며 근대적 의미의 세계경제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난 93년부터 7년간 저자들이 `세계무역(WorldTrade)`에 기고한 글을 모은 이 책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외교와 협상`의 세련된 형태의 세계질서가 형성되기 이전에도 이미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세계적인 교역망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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