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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하락세 지속 속도는 완만할듯

환율 방어정책 변화 조짐<br>3일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 붕괴에도 당국 개입안해<br>수출둔화 확실시…환율 큰 폭 하락은 경제에 부담<br>1弗=1,140원대 무너지면 개입가능성 배제 못해

원화환율이 3일 장중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15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크게 세가지 요인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의 누적. 올들어 수출이 30%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면서 막대한 달러가 유입돼 달러의 가치(환율)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올들어 지난 7월까지 경상수지 누적흑자는 164억달러에 이른다. 두번째 요인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이다. 지난달 12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이후 한국주식을 사기 위해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1조원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전년보다는 적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당한 규모다. 한국주식을 사기 위한 원화수요가 환율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주식매수가 많을수록 원화강세 현상이 일어난다. 세번째 요인은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가 약해졌다는 점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환율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경상수지 흑자가 6년래 최대 규모인 32억달러에 달했던 7월에도 환율이 달러당 1,170원을 기록하는 등 대규모 흑자에도 불구, 환율이 오히려 오름세를 보인 경우도 많았던 것도 강력한 개입 덕분으로 분석된다.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 유입이 늘어났지만 전년에 비해서는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최근의 환율하락세는 결국 정부의 정책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강삼모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하락은 무역수지 흑자 지속과 석유 가격안정 등의 원인도 있지만 정부당국의 개입이 잦아든 영향이 크다”며 “약 한달 전부터 정부당국의 인위적 개입에 대한 한국은행, 민간ㆍ관변 연구소의 비판이 많아 정부 역시 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위원은 또 “달러당 1,150원선을 간신히 지켜냈지만 최근 환율하락이 매우 완만한 속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부의 개입 유인이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장에서 1,150원대가 깨지자 재정경제부는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속내는 다른 것 같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투기세력에 의한 의도적인 환율 움직임이 있기 전까지는 시장에 맡긴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장 막판 1,150원대를 회복하는 과정에서도 당국의 직간접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외환딜러는 “시장 참가자들이 주말을 앞두고 다소 과도하게 보유한 원화물량 정리 차원에서 쇼트커버(달러 매수)에 나서 막판 소폭 반등했지만 다음주에는 원화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하락세는 어디까지 갈까. 무한정 지속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하락하되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환율하락 정도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지만 만약 달러당 1,140원대가 깨질 경우 정부가 또다시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 하반기 수출둔화가 기정 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의 큰 폭의 하락은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환율하락을 무한정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평채 발행한도를 증액하는 등 이미 상당량의 ‘실탄’을 장전한 상황이라는 점도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원인이다. 한국은행의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시장 참가자들은 여전히 정부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하다”며 “올해 안에는 연중 최저치 1,140원(4월8일) 이하로는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강력히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연구위원도 “외환시장은 실질수요뿐 아니라 시장의 불안감 등 심리적 요인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환율하락(원화가치 절상)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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