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임박한 외자유입 억제대책 발표에 불안함을 이어가고 있던 외환시장이 새롭게 닥치는 대외위기에 한층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뚜렷한 결말을 짓지 못한 탓에 긍정의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흐름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다. 17일 열린 서울 외환시장은 살얼음판 같은 시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5원40전이나 수직 상승하면서 1,144원9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오름폭을 보면 지난 12일 하루 동안 기록한 19원90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환율의 절대적인 수치도 9월28일의 1,146원30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날 환율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함과 우리 자체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였다. 아일랜드 재정위기가 고조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중국 긴축 우려가 상품가격에 타격을 줘 달러화 강세가 유발된 것이 우선 상승 흐름을 이끌었다. 여기에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자본 유출입 규제 대책에 대한 시장의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상승의 기운을 더했다. 대내외 상황이 이처럼 다시 살얼음판으로 돌아서자 역외를 중심으로 달러 매수세가 강하게 일었고 국내 은행권마저 달러당 1,140원대로 올라서자 손절매수에 나서면서 상승 흐름을 부추겼다. 오후장 들어 올라가는 흐름이 워낙 가파르게 진행되자 당국이 개입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한 기류를 꺾을 수는 없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당 1,150원대로 단숨에 올라서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1,100원 아래로 내려가려는 강한 하락의 흐름으로 바꾸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