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과 북한의 로켓 발사 등 악재들이 일단락되면서 증시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국과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나라의 경기 모멘텀이 우세하냐에 따라 국내 증시 관련주들의 움직임이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소비 회복의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필두로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가 당분간 실적장세를 이끌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서서히 커지고 있는데다 주가 하락에 따른 가격 메리트까지 갖고 있는 정유와 화학ㆍ철강이 증시 주도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T주가 포함된 전기전자업종과 자동차주가 포함된 운송장비업종은 최근 한주간 각각 3.94%, 2.05% 하락한 반면 철강금속과 화학은 2.86%, 0.95%씩 올랐다. 업종별 대표종목의 흐름도 크게 엇갈렸다. 삼성전자(-4.80%)와 현대차(-2.46%)가 최근 한주간 약세를 이어간 반면 SK이노베이션(6.57%)ㆍLG화학(2.78%)ㆍPOSCO(3.22%)는 올랐다. 북한의 로켓발사와 스페인 위기설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IT와 자동차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그 동안 소외됐던 화학ㆍ철강ㆍ기계 업종이 기지개를 편 것이다.
화학과 철강ㆍ기계 업종의 부상은 그 동안 주가 하락으로 가격메리트가 커진데다 앞으로 중국의 경기 회복이 뚜렷해질 경우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증시를 이끌고 온 IT와 자동차주들은 가격 부담 때문에 차익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관련주들처럼 한 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종목들이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있다.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서서히 커지고는 있지만 화학과 철강ㆍ기계의 실적 턴어라운드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화학, 철강금속, 기계 업종 모두 1ㆍ4분기에 이어 2ㆍ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금속은 1ㆍ4분기에는 44.82%, 2ㆍ4분기에는 28.14%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계업종도 각각 28.83%, 20.60%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나마 화학업종이 1~3월 영업이익이 34.13% 줄지만 2ㆍ4분기에는 -4.98%로 이익 감소추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최근 발표한 중국의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8.1%로 지난해 4ㆍ4분기(8.9%)보다 부진했고 시장의 예상치(8.4%)도 밑돌았다. 화학ㆍ철강 등 중국 시장을 주요 매출처로 하는 업종들의 업황 회복 시기가 계속해서 미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분간 ITㆍ자동차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연구원은 "IT업종의 상승을 기반으로 한 미국 주요 지수의 상승세와 미국 경기 지표의 호전이 최근까지 국내 지수 상승의 직접적인 원동력이었다"며 "장세가 큰 틀에서 하락추세로 전환하지 않는 한 기존 주도 종목이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적 회복세가 뚜렷한 ITㆍ자동차주의 매력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전자업종은 1ㆍ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21% 증가하고 2ㆍ4분기에도 50.47% 늘며 어닝시즌 분위기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주 역시 현대차(15.23%)ㆍ기아차(15.55%) 등 대표주들이 1ㆍ4분기 두자릿수의 영업이익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저평가 업종과 기존 선도업종을 함께 담는 '투트랙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ㆍ자동차주는 당분간 가격부담을 해소하는 과정을 거치겠지만 이익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화학ㆍ기계ㆍ건설 등 저평가 업종을 단기적으로 매수하되 기존 주도업종이 가격 조정을 충분히 걷히면 저점매수하는 투트랙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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