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피나는 구조조정을 통해 반짝 개선됐던 대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지난 2003년부터 다시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지나친 보수경영으로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줄면서 성장잠재력이 약화된데다 최근 환율 하락 등 대내외 경영환경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 500대 기업은 글로벌 500대 기업에 비해 단기적인 채무지급능력도 떨어져 금융시장 불안 등과 같은 단기적인 외부충격이나 경기위축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LG경제연구원은 11일 ‘경영성과를 통해 본 한국 우량기업의 경쟁력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매출액 기준 세계 500대 기업과 국내 500대 기업의 2001~2005년 5가지 재무지표를 바탕으로 경영성과를 비교ㆍ분석한 결과 세계 500대 기업의 경쟁력 수준을 100점으로 환산했을 때 국내 500대 기업의 경쟁력 수준은 90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유형별로 보면 세계 500대 기업이 100점이었을 때 국내 500대 기업은 유동성 86점, 재무구조의 건전성(레버리지) 88점, 수익성 81점, 활동성 106점, 성장성 87점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특히 2003년부터 수익성과 성장성의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원화 강세와 신용카드 사태,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가 겹치면서 저성장과 함께 기업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게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어 “국내 500대 기업의 단기채무 상환능력은 세계 500대 기업의 86% 수준으로 저금리 등으로 금융비용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약하다”며 “특히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는 60.3%로 글로벌 500대 기업(21.6%)보다 세 배나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국내 기업은 단기지급 능력이 낮은데다 단기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경영환경이 악화될 경우 차입금 상환압력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우리 기업의 ‘성장성’과 관련, “세계 500대 기업에 비해 매출액 증가율은 조금 컸지만 이익 증가율은 모두 뒤처진다”며 “이는 투자활동이 부진해 유형자산이나 설비투자 증가율이 낮았기 때문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 측면에서 매우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5가지 지표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의 ‘활동성’ 부문이 높은 것도 투자부진의 결과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국내 500대 기업이 세계 500대 기업에 비해 동일한 자원을 사용해 더 많은 매출을 달성했다는 뜻”이라며 “자원활용의 효율성을 높인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국내 기업처럼 투자활동 부진으로 매출 증가율보다 자산 회전율이 높아지는 것은 성장잠재력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만을 대상으로 산정한 경쟁력은 88점으로 국내 500대 기업(90점)보다 오히려 2점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동성 점수가 72점으로 500대 기업의 86점보다 크게 낮았던 탓으로 규모가 큰 기업들이 오히려 단기채무 지급능력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또 성장성과 활동성도 각각 83점, 104점으로 매출이 작은 기업보다 더 떨어졌다. 반면 수익성과 레버리지는 90점, 92점으로 더 높았다. 연구원은 “매출이 많다고 반드시 경쟁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며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종합점수는 94점으로 30대 기업 내에서도 경쟁력 차이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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