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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동심 열대어 수난”
입력2003-06-28 00:00:00
수정
2003.06.28 00:00:00
인기리에 상영중인 만화영화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로 인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어린이와 부모 사이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가정의 막힌 변기나 하수구를 주로 뚫어주는 플러머들이나 관련업계에는 최근 “아들이나 딸이 수족관의 열대어들을 모두 변기에 쏟고 플러싱을 해버렸다. 어떻게 다시 살릴 도리가 없느냐?”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한다.
발렌시아의 플러밍회사 로토구터 안내센터는 최근 똑같은 내용의 전화를 70통이나 받았다. 또 LA의 수족관 센터 매니저 사샤 디 마리노도 지난 며칠동안 “열대어들이 변기를 통해서는 살아서 바다로 갈 수 없다는 우리말을 믿지 않는다. 전문가의 입장으로 변기의 하수가 어떻게 바다로 가는지 과정을 직접 설명해 달라”는 부모들의 요청을 7건 받았다. 특히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어류인 크라운피시(crownfish)를 기르고 있는 집에서는 아이들이 “니모를 지옥 같은 감옥에서 해방시켜 바다에 있는 아빠에게 보내줘야 한다”면서 부모 몰래 이들을 변기에 쏟아 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니모를 찾아서`는 바다 속 아빠의 품에서 벗어난 니모가 잡혀서 시드니의 한 치과의 수족관에서 살다가 탈출하는 경로로 변기를 선택, 우여곡절 끝에 바다로 되돌아가 기다리던 아빠와 행복한 재회를 한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 영화를 본 어린이들이 자기 집이나 기타 수족관의 열대어나 붕어들을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 라는 동정심을 갖게 되어 그들을 가족에게 되돌려주겠다며 변기에 이들을 넣으라고 졸라대거나 직접 실행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LA 공공업무국 관계자 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린이들과 부모들에게 “바닷물고기는 민물에 넣게 되면 곧 죽고 플러싱할 때의 충격도 못 이기기 때문에 개스와 케미컬, 박테리아가 가득한 하수 시스템까지 도달하지도 못한다”는 계몽교육에 바쁘다. 또 “하수는 정화 시스템으로 가서 또 여러 번 걸려져 건더기는 버려지거나 비료로 재활용되기 때문에 물고기의 시체조차 바다로 가지는 못한다”며 “물고기를 위한다면 수족관에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급기야 이 영화에서 피시 `도리`의 음성을 맡았던 코미디언 엘렌 디지너리스는 지난 24일 `투나잇 쇼`에 출연하여 “물고기를 해방시켜 주려는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 행위는 물고기를 바로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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