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자녀를 둔 전업주부 A씨는 최근 네오세미테크의 상장폐지 결정으로 수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주위에서 녹색성장 기업이어서 전망이 좋다는 말을 듣고 네오세미테크 주식을 1만2,000주나 샀으나 예상치 못한 상장폐지 사태로 보유 주식이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됐기 때문이다. A씨는 “투자자 입장에선 우회상장 된다는 소식이 곧 회계법인에서 인정을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상장폐지 결정 후 자살까지도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17면
지난 23일 코스닥 상장사인 네오세미테크의 상장폐지가 결정된 뒤 그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리매매 2거래일 만에 무려 4,0000억원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우회상장으로 기업가치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만 안고 투자에 나섰던 7,00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은 하소연 할 곳도 없이‘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네오세미테크 상장폐지 논란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부실기업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우회상장제도에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회상장제도는 비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고 이를 토대로 제출된 서류가 우회상장 요건에 맞기만 하면 별도의 심사 없이 상장이 승인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신규상장과 비교해 진입장벽이 훨씬 낮은 수박 겉핥기식의 검증방식으로는 우회상장 기업의 경영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벤처기업 특례조항도 코스닥 퇴출기업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행 제도는 벤처기업을 합병해 우회상장할 경우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로, 당기순이익은 10억원 이상으로 통상 기준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주고 있다. 벤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부실 기업 양산에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낮은 문턱을 넘어 증시에 입성한 우회상장기업들 중에는 상장 후 기존 코스닥 업체의 사업을 물적분할을 통해 헐값에 매각한다거나, 주가관리 등‘머니게임’에만 신경을 쓰는 등 실적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회상장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6년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우회상장기업 중 14%에 가까운 수의 종목이 이미 상장폐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신속성만 앞세워 주먹구구식으로 우회상장이 진행될 경우 앞으로 우회상장 되는 기업이 있어도 이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참에 우회상장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