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대비해 기업들이 외화차입을 늘리면서 지난 2ㆍ4분기 중 우리나라의 단기외채가 200억달러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분기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94년 이후 가장 큰 것이다. 다만 한국의 외화 지급능력은 여전히 안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ㆍ4분기 중 단기외채 잔액은 946억달러로 전 분기에 비해 201억달러나 늘었다. 이 같은 단기외채 증가폭은 지난 1ㆍ4분기(86억2,000만달러)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2ㆍ4분기 중 총 대외채무도 전 분기보다 261억달러 늘어난 2,293억달러에 이르면서 단기외채 잔액과 총 외채 잔액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기외채 증가를 주도한 곳은 은행으로 181억달러의 외화차입을 단행했다. 이 같은 단기외채의 급증은 시장이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향후 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예상, 선물환을 대거 매도했고 이를 매수한 은행들이 달러 과매수를 피하기 위해 외화를 빌려 현물환 시장에 팔았다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단기외채 비율과 유동외채 비율 등 대외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기업의 보유 외환을 기반으로 외채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ㆍ4분기 중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2.1%로 전 분기보다 8%포인트가량 높아졌지만 ‘안정 수준’으로 여겨지는 60%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만기 1년 미만의 유동외채도 외환보유액의 52.0%로 비중이 7.6%포인트 상승했으나, 기준치 100%보다는 크게 낮았다. 명목GDP 대비 외채 비율은 2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의 평균치인 117%보다 한참 낮다. 아울러 수출액 대비 외채 비율도 OECD 회원국의 평균치가 592%에 달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71.6%에 머물고 있다. 한편 2ㆍ4분기 중 총 대외채권은 3,362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141억달러 늘었다. 다만 채무가 채권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순대외채권은 120억달러 감소한 1,069억달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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