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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브랜드로 함께 살자”…중소가구사들의 발칙한 도전

책걸상 전문 제조기업인 대명산업의 오상호(왼쪽 네번째) 부장과 박봉환(왼쪽 두번째) 정한테크 이사가 20일 서울 방화동 서울경인금속가구조합 회의실에서 공동브랜드 ‘HNH’ 참여기업 실무진들에게 최근 서울예고에 납품한 책걸상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서은영기자

"소셜커머스에 제품을 올리기 전에 물류 상황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그럼 내주 중으로 각자 공장에서 제품을 택배로 보내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살펴보면 어떨까요."

20일 찾은 서울 방화동 서울금속가구공업조합 회의실에서는 3시간 넘게 격론이 벌이고 있었다. 책걸상을 어떤 방법으로 포장할지, 가격책정은 어떻게 하는 것이 합당한지, 브랜드 로고는 어떤 모양으로 부착할지 다양한 안건을 두고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의 정체는 지난해 공동 브랜드 'HNH'를 출범시킨 중소 가구사 임직원들. 서울금속가구공업조합 회원사 중 30여곳이 공동 브랜드 사업에 참여했다. 지난해 7월 '손에 손 잡고(hand and hand)'라는 의미의 가구 브랜드를 런칭했다.

브랜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개별 업체 매출을 합치면 1,000억원대에 이른다. 참여기업 모두 조달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들이다. 그러나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사업 비중이 대부분 높아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민수시장 경험도 부족했다. 전영진 까사미아우피아 부장은 결성 당시를 두고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의 진출을 앞두고 중소 가구업체들의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라고 회상하며 "조합 회원사들은 품질, 생산 경쟁력은 이미 검증된 업체들이지만 민수시장 경험이 없다 보니 함께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친밀관계가 두터운 회원사들이 뭉치니 사업은 빠른 진척을 보였다.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매주 실무자들이 모여 각사 제품과 기술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마케팅 전략, 디자인 등과 관련한 교육도 들었다.



첫 결실은 서울예고 납품. 지난달 새학기를 맞아 1학년용 책걸상 330조를 납품했고 올 하반기에 2학년용 책걸상 400조를 추가로 납품한다.

올 들어서는 격주 한차례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민수시장 진출을 위한 로드맵을 짜고 있다. 내달에는 소셜커머스 위메프를 통해 의자와 책상 등 인기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봉환 정한테크 이사는 "교실이나 사무실 가구를 주로 납품하는 업체들이지만 최근에는 가정용 가구에서도 모듈화를 통해 다양한 제품 구조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 가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HNH 제품은 다양한 기능을 갖춘 시스템가구로 가정용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올 상반기 중으로 법인전환도 완료한다. 법인 대표이사는 이종학 대신자토산업 본부장이 맡고 참여 기업들은 공급가액의 일정 수수료를 마케팅ㆍ컨설팅 비용으로 지불한다. 조달시장 공동 참여를 위해 조달기업 등록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종학 본부장은 "한샘의 매출 1조 클럽 가입에 박수를 쳤지만 이제는 우리가 박수를 받는 주인공이 돼보자는 것이고 이제 첫 단추를 꿴 상태"라며 "가구업계는 경쟁자가 아니면 적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우리가 협업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업계 변화를 주도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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