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기각결정 승복해 국론분열 없어야"

헌법재판소가 14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탄핵안을 기각하자 교수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을 입증한 것이라며 탄핵과 관련된 법제도정비를 강조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탄핵안이 기각됐지만 대통령도 헌정질서를 위반하면 얼마든지 탄핵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탄핵사태에 따른 국정혼란을 정리하고 헌재 결정에 승복해 더이상의 국론분열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국대 법대 임지봉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법적으로 국회의 탄핵소추가 정당하지 않았다는 것,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는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이번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얻은 교훈은 탄핵과 관련된 법제도를 보다 완벽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미한 법률위반 행위도 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 하위법률을 만들어서라도 탄핵사유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는 "탄핵사태에 대한 정치적 마무리는 총선 결과에 반영됐고 헌재 판결로 법적 마무리도 이뤄졌다"며 "대통령은 과거 무슨 일을 하려 해도힘이 없어서 못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으나 이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탄핵안 가결 당시 이에 반대했던 국민들은 친노(親盧)라기보다는 제왕적 의회 권력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동국대 법대 김상겸 교수는 "탄핵소추가 기각됐지만 대통령 탄핵안이 의회를 통과함으로써 그동안 반(半) 사문화했던 헌법 조항이 여실히 살아있음을 보여줬다"며 "민주화를 거치면서 국가권력도 헌정질서를 위반하면 얼마든지 탄핵될 수 있음을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은 탄핵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하겠지만 탄핵 과정에서 나타난분열된 민심을 치유하고 봉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성균관대 정외과 김일영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정치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는 점에서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상당히 이뤄졌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 (서울=연합뉴스) 임주영.조성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