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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기업모델 이젠 '왕따'
입력2002-07-08 00:00:00
수정
2002.07.08 00:00:00
회계부정·무책임 경영등 문제 잇달아엔론ㆍ월드컴 등 미 기업의 회계부정 파문이 확산되면서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여졌던 미국식 기업모델 채용을 거부하는 사례가 전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LA타임스는 8일 이와 관련 그 동안 ▲ 투명한 기업운영 ▲ 독립적인 이사회 ▲ 외부 회계감사로 대변되는 미국식 모델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거부감은 그 동안 미국에 의해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란 비난과 함께 미국식 시스템 채용을 강요 받았던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 미국 통상관료를 지낸 그랜 후쿠시마는 이와 관련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수 일본인은 이번 회계부정 사태를 미 시스템이 최선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단면이라며 반기고 있다"고 이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또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제학자인 양 차오는 "미국식 모델의 아시아지역에 도입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히며 이 같은 흐름이 아시아 전체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가장 개방된 아시아 지역으로 평가 받는 홍콩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HSBC는 최근 3개월마다 경영실적 보고서를 발간하라는 홍콩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3개월마다 보고서를 발간할 경우 단기적인 이익창출에만 급급, 이익 부풀리기 유혹에 빠져들기 쉬울 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책임 있게 수행할 수 없다는 게 HSBC의 주장이다. 엔론ㆍ월드컴 사태가 터진 가운데 홍콩정부 역시 이 같은 주장을 무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식 비즈니스모델에 기초해서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던 이 지역 시민단체들의 입지도 좁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경영자들은 창업주 가족 등 대주주의 영향력을 배제하면서 기업의 책임 있는 주인을 없앤 미국식 경영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회계부정 사태를 책임 있는 대주주가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최고경영자(CEO)의 전횡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 기관들이 이야기하듯 대주주의 영향력 배제가 주주의 이익 극대화보다는 CEO의 사욕을 채우는 방향으로 흘렀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미국식 회계기준인 일반회계원칙(GAAP)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진 유럽경영인은 유럽방식인 국제회계기준(IAS) 채택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관련 파리에 위치한 한 유럽상공회의소의 대변인인 브라이스 코베트는 "엔론ㆍ월드컴 사태는 미국방식 전반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유럽방식의 효율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내 전문가들은 몇몇 기업의 문제를 시스템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은 잘못이며 아직 미국식 기업모델은 가장 앞선 체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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