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택배업계가 주식시장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대비 6%가량 하락했지만 택배업계의 주가는 평균 20.5%나 급등했다.
올 택배 물량이 전년보다 두자릿수 이상 증가하고 택배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 심리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국의 집중 매수세가 돋보인다.
CJ대한통운은 20일 6,500원(6.13%) 오른 11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CJ대한통운의 주가상승률은 13%에 이른다. 한진은 450원(1.87%) 오른 2만4,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로 5거래일 연속 상승한 한진의 올 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택배 단가 인상이 현실화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단가는 2,490원으로 2012년보다 16원 정도 내려갔다. 현대로지스틱스가 택배 단가를 250원 인상했지만 여기에 동참하지 않은 기업이 많았으며 전체 평균 단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물량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저가 수주 영업이 여전한 탓이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정사업본부가 영업이익 개선을 위해 오는 2월1일부터 무게에 따라 500~1,500원씩 택배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체국의 택배 요금 인상은 2005년 이후 9년 만이다.
공공기관이 가격 인상카드를 꺼내든 만큼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는 민간 택배회사들도 연쇄적으로 가격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 올해 수익성 향상 전략을 취하고 있고 다른 택배 기업들도 단가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채널인 아마존의 한국 진출 소식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 기존 인터넷 쇼핑 대체효과 혹은 신규 시장 창출로 택배시장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택배 물량은 지난해보다 8% 이상 늘어난 16억2,800만 상자로 추정된다. 시장규모는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설 특수도 주가 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설은 지난해 추석보다 15% 정도 늘어난 8,000만 상자의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택배업계는 설 연휴 시작 때까지 2주간을 특별 수송기간으로 정하고 차량과 인원을 확충하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외국인의 집중 매수세로 인한 수급효과도 한몫했다. 외국인은 올 들어 CJ대한통운 주식을 45만3,551주를 사들였다. 13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다. 외국인은 이 기간 한진에 대해서도 14만7,790주를 순매수했다.
유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장기적인 택배가격 인상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주요국 대비 국내의 택배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은 편으로 점차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올해는 택배시장에 봄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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