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제도가 2006년 한국 경제ㆍ기업을 규제한다.’ 무역규모가 5,000억달러를 넘어서고 경상GDP(국내총생산)가 7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우리 경제의 몸집이 비대해졌으나 산업현장에서는 몇십년 전에 만들어진 구(舊) 제도가 변함없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경제)는 성장해 청년이 됐는데 옷은 옛날 그대로인 셈이다. 27일 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ㆍ공정거래위원회ㆍ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현재 개선 논의가 일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외에도 외부감사 대상 기업 범위, 독과점 지위 판단기준, 수도권 공장 취득ㆍ등록세 중과 등 조치가 수십년간 변하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 중 하나는 제조업 중소기업 범위. 현재 자본금 80억원 이하 또는 근로자 300명 미만으로 돼 있는데 이중 300명 미만 규정은 지난 76년 11월31일부터 20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수도권공장총량제도 장수(?)하는 규제 중 하나. 94년 탄생한 이 제도는 2006년 현재까지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수도권 기업에 대한 취득ㆍ등록세 3~5배 중과세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자산규모가 일정액 이상 되는 법인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한 규정도 늘어난 한국 경제ㆍ기업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98년 외부감사 의무화 기업이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으로 상향된 이래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반면 98~2005년 GDP는 무려 67%나 상승했다. 이렇다 보니 외감법인 대상 기업 수가 98년 7,725개에서 2005년 9월 현재 1만4,029개로 늘어났다. 기업 투자규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범위는 2002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으로 고정됐다. 그러나 3년여 동안 규정이 바뀌지 않다 보니 대상 그룹 수가 2002년 43개에서 2005년에는 55개로 늘어났다. 아울러 독과점 판정에서 기업규모(매출액)를 산정할 때 해외수출 부문을 포함하는 사례도 적지않은 등 덩치가 커진 경제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제도가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전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며 “반면 기업규제정책은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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