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정한 맛 내기 까다로운 한정식 수년 개발 끝 일관 생산체계 구축
조리 간단해 전문가 없어도 수월
천편일률 뷔페·코스 양식 탈피, 1만5000원 '한 상 차림' 메뉴
입소문에 가맹문의도 잇달아
안노찬(44·사진) JTP인터내셔널 에코랑 대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 난 영어강사였다. 국내 최다 토익 교재 집필자로 그의 책은 중국·대만·일본 등에까지 수출되며 수험서로 인정받았다. 적잖은 출판 인세와 그간 갈고 닦아놓은 명성만으로도 남부럽지 않은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지만 안 대표는 외식 기업 최고경영자로 새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으며 기존에 없던 시스템을 만드는데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에코랑 속초면옥에서 만나 안 대표의 '인생 2막'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2012년 설립한 'JTP인터내셔널'이라는 모기업 아래 에코랑 한정식· 에코랑 속초면옥·에코랑 찜&탕·에코빈 등 8개 외식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올 초 브랜드별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전국 총 12개 가맹점이 있다.
안 대표는 "(외식)사업 경험이 없는 예비 창업자에게 큰 장벽 없이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적절한 길잡이를 해주는 게 프랜차이즈 본부의 주 역할"이라며 "대개 은퇴 후 수중에 1억∼2억 사이 목돈으로 인생 1막을 정리한다고 보면 예비 창업자들이 이 돈의 60%를 투자해 빚을 크게 지지 않고 안전하게 새 삶을 열어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협력 모델을 개발해 나가는 게 궁극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8개 브랜드 중 캐시카우는 '에코랑 한정식'이다. 캐치프레이즈는 '주방장 없는 한정식 프랜차이즈'. 외식 프랜차이즈 업종 중 가장 운영이 까다로운 게 한정식이다. 반찬 가짓수도 많은데다 일정한 맛을 구현해 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 음식점에 비해 몇 배의 고정 인력이 필요해 점주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높이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안 대표가 꺼내든 카드는 '조리방법·맛의 표준화'. 수년간 음식 레시피를 개발하고 우수 협력 업체를 찾아 조리법을 그대로 적용시켜 일관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협력업체가 만든 한식 재료는 에코랑 한정식 가맹점에 빠르게 공급된다. 전문 요리사가 상주하지 않아도 간단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돼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운영이 한결 수월해진 셈이다.
뷔페나 코스 한정식이 아닌 '한 상 차림' 메뉴로 대중성과 효율성을 꾀한 것도 눈에 띠는 대목이다. 1만 5,000원 안팎의 가격에 12가지의 반찬과 주된 요리, 밥·국 등 '한 상'을 맛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에코랑 한정식의 상차림을 특허출원했다. 음식을 주문하면 이미 주방에서 테이블 채로 음식이 세팅돼 나온다. 각 테이블에는 롤러가 부착돼 있는데, 주방에서 이미 차려 나온 한 상 차림을 기존 테이블 위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음식을 내놓고 있다. 덕분에 직원은 짧은 시간에 빠르고 편하게 음식을 정갈하게 배치할 수 있게 됐다.
안 대표의 '한정식 프랜차이즈'는 사업 초기 안정적으로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좋은 '한식 한 상 차림'이라는 입소문이 이어지고 있고, 표준화된 조리법 덕에 운영이 까다로워 한정식집 운영을 망설여왔던 이들로부터 가맹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 대표는 "제가 생각하는 한식 대중화는 마치 집에서 스파게티를 손쉽게 만들어 먹는 것처럼 지구 반대편 중남미 사람도 쉽게 한식을 조리해 맛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그 시작이 조리방법 규격화, 표준화로 일정한 맛을 구현해 내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그 씨앗은 뿌렸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