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은 오스만제국의 식민 통치를 400년 이상 받았습니다. 국가·민족보다는 부족·씨족·종파·가족이 기댈 언덕이었고 지금도 그 전통이 이어집니다. 아랍인들이 체면과 터부(금기) 문화도 이 같은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우선 자신의 잘못이 공동체 전체의 체면을 손상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때문에 실수를 하더라도 "미안하다" 혹은 "잘못했다"라는 말을 하는 데 지극히 인색합니다. 동료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으면 큰 모욕으로 생각합니다.
아무리 먹고살기가 힘들더라도 허드렛일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랍인 운전사에게 세차를 맡기자 "체면상 직접은 못하겠고 내 돈으로 청소부를 고용해 차를 청소하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요르단은 심지어 실업률이 13%대에 이르는 상황이라 정말 체면 때문에 굶어 죽을 지경입니다.
알라와 이슬람을 비난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됩니다. 예를 들어 코란(경전) 위에 다른 물건을 올려놓으면 안 되고 식사와 악수는 반드시 오른손으로 해야 합니다. '남녀칠세부동석'도 엄격합니다. 사무실을 방문한 손님에게 차를 내오는 것은 반드시 남자 직원입니다. 공원에서 데이트 중인 젊은 남녀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성이는 다른 남자의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집안끼리 결혼을 서약한 커플의 데이트에는 여자 측의 남자 형제가 동석하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에는 남편의 '허락서'가 있어야 부인이 해외여행을 갈 수 있었습니다. 여성이 먼저 청해오기 전에는 악수도 안 됩니다.
이 밖에 아랍인들에게 술, 동물 문양이 들어간 넥타이, 돼지고기나 돼지고기 성분이 가미된 라면류, 하회탈과 신랑·각시 인형 등을 선물로 주면 안 됩니다. 케이크·과자·꽃·인삼차나 한국산 휴대폰·MP3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 등이 무난합니다.
조금은 답답하고 시간이 멈춘 듯한 아랍이지만 반세기 전의 우리나라도 비슷했다고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닙니다. 현지의 관습과 문화를 지키고 존중하는 것은 해외 주재원들의 기본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다음주 KOTRA OIS홈페이지(www.ois.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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