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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금융사 경쟁력 갉아먹는 규제 백태

수익 높이라면서 자금지원 압박… 걸면 걸리는 규제가 족쇄로

투자일임 불허로 PB 성장 한계 감독기관 가격 통제도 지나쳐

2금융 엄격한 건전성 분류는 서민금융 활성화 가로막아


"영업 규제에다 각종 가격 통제까지 겹치니 손쓸 수가 없어요. 저금리로 비이자 수익을 늘리라고 하면서 정작 다른 한편에서 최적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규제 완화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뿐 아닙니다. 수익성을 개선하라고 압박하면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의 자금 지원을 종용합니다. 금리나 수수료 통제도 심합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형태가 존재하는 한 금융회사의 경쟁력 강화는 힘듭니다."

한 시중은행의 전략 담당 고위임원은 한국 금융 산업의 규제 현실을 이같이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금융당국의 규제는 소비자 보호와 편의 증진보다는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 등 최근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소비자 편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보 활용마저 족쇄에 갇히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당국의 감독 소홀 책임을 피하기 위한 규제 등 규제를 위한 규제가 양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형 금융지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이 규제 산업인 만큼 적절한 관리 감독은 필요하다"면서도 "규제의 방향성과 수위 등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업권별 칸막이 규제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는 금융회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고 보험ㆍ저축은행 등 제2금융의 건전성 규제는 지나쳐 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라고 꼬집었다.

한 시중은행장은 "우리나라에서 관료의 밥그릇이 가장 큰 곳이 금융당국"이라며 "당국이 기왕에 '숨은 규제'를 확실하게 푼다고 한 만큼 관료들이 수십년 묵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규제 철저히 공급자 중심…투자일임업 허용 등 수요 중심으로 전환해달라=은행들은 공급자 중심의 규제를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례로 투자일임업 규제를 든다. 투자일임이란 고객으로부터 투자판단을 모두 위임 받아 투자에 직접 나서는 것을 말한다. 투자일임이 허용돼야 종합자산관리도 가능하다.

그런데 증권·보험·자산운용에 허용된 투자일임이 은행에는 막혀 있다.

투자일임이 허용될 경우 은행 프라이빗뱅킹(PB)은 판매수수료는 물론 운용보수까지 챙길 수 있다. 은행권은 신규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증권업계 등은 그만큼 한정된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한다.

다른 업권에서 은행의 투자일임업 진출을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고객이 원하는 금융 니즈는 한 번에 편리하게 자산관리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주식, 채권 등에 대해서는 투자일임이 안되다 보니, 종합적인 컨설팅이 불가능하고 결국 은행 PB도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식의 규제는 자생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증권사만 살려 나중에 불완전판매 등의 사단만 나게 만들었다"며 "당국이 추진하는 유니버설뱅킹도 투자일임과 같은 맥락인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규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들린다.

유니버설뱅킹이 안 되는 현실에서 그나마 업권별 칸막이의 턱을 낮추기 위한 현실적 제도가 금융지주사인데 계열사 간 정보 교환을 막는 방향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탓이다.

한 대형지주사 소속 연구소 관계자는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가 요구되고 있지만 정보 이용의 순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보호와 이용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신용정보를 활용한 영업 활동에 역행할 수는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지티브 규제 등으로 먹거리 개척 한계=금융사들은 경제 분야 중 규제의 총량 증가가 가장 많은 곳이 금융이고 이는 경쟁력이 뒷걸음질치는 핵심요인이라고 호소한다. 국내 금융 관련 법은 포지티브 방식(법령에 열거된 사안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금지)인 탓에 신상품을 낼 때마다 관련 규제 해결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카드사의 원성이 제일 크다. 카드산업에만 포지티브라는 캡을 씌어놓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한 대형카드사 고위관계자는 "전 금융권 중 업무범위 체계를 열거주의로 못 박아놓은 곳은 카드업계가 유일한데 이를 통해 금융 업권 간 공정경쟁이 제한되고 있다"며 "해외를 봐도 신용카드 본업 외에 다양한 부대사업 기회를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의 임원은 "수수료체계 개편, 대출금리 인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일련의 사건으로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궁지로 몰린 상황이라 부수 업무 규제를 네거티브로 바꾸는 것이 필수"라며 "정보 유출 사태를 몸소 겪은 카드사야말로 정보활용의 리스크를 잘 알고 있고 법을 개정하더라도 각론에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업계에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가 많다.



특히 자금 조달 비용과 관련한 불만이 높다. 과거 수신금리가 높았을 때의 예금보험료율(0.5%)을 변동 없이 적용해 저축은행의 조달비용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대출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민금융기관 중 상호금융(새마을, 신협, 지역 농·수협 등)에 적용되는 조합원비과세(1인당 3,000만원) 예금상품을 저축은행은 취급할 수 없다는 점도 불만이다.

조금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 해결 가능한 규제도 있다.

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금지 규제가 대표적이다. 은행은 자사 소유 건물일 경우 절반 이상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런 규정을 충족하기 힘들어 건물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규제에 구멍 많고 경영 간섭 지나쳐=보험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당국의 검사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다.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보다는 경영상 판단에 대한 징계가 많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 마디로 걸면 걸리는 구조라는 얘기다. 규정에 허점이 많은 것도 문제다.

보험사의 한 최고경영자는 "규정을 만들면 허점이 많아 결국 협회에 모범 기준을 만들도록 한다"며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만드는 게 모범기준이라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게 돌아가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우편과 메일 등으로 알려야 할 상품 관련 내용 등도 제대로 구분돼 있지 않아 툭하면 말썽의 소지가 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시어머니가 많은 것도 산업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보험사와 정비ㆍ렌트 업체 간 해묵은 논쟁인 자동차 정비수가와 렌트비를 둘러싸고 대립했다.

공정위는 손보사들이 정비업체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며 18개 불공정약관 조항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그러자 일주일 후 금융위는 돈벌이를 위해 정비 업체와 렌트 업체가 비용을 과다 산정했다며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겠다고 맞섰다. 두 공룡 간 싸움으로 보험사는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다. 공정위의 담합이라는 칼날과 금융위의 행정지도 사이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앞두고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손보사들의 경우 손해율이 악화돼도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기 어렵다. 결국 다른 식으로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최근 당국이 2015년 말부터 보험회사의 지급여력비율(RBC) 권고기준을 현행 150%에서 120~130% 수준으로 낮추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건전성 감독을 일부 완화해줘 보험사의 경영에도 조금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 쪽도 당국의 압박에 부실의 멍에를 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개념 자체도 모호한 창조금융에도, 부실 대기업 지원에도 나서서는 안 되지만 정부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지원하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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