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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선물이야기] 1995년 뉴욕과 싱가폴

1995년은 세계 금융역사 특히 파생상품분야에서 매우 의미있는 해다. 95년 2월에는 닉리슨이라는 펀드매니저가 무분별한 선물거래로 12억달러의 손실을 내면서 233년 전통의 베어링은행이 파산했다.그내 9월에는 다이와은행 뉴욕지점에서 이구치 도시히데라는 채권딜러가 회사몰래 채권 선물거래를 했다가 11억달러의 손실을 냈고 미국 사법당국에 적발된 사건이 터졌다. 두 사건 모두 회사 모르게 선물거래를 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내 금융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닉리슨은 영국인으로서 싱가폴에서 일을 저릴렀고 도시히데는 일본인으로서 뉴욕에서 일을 저질렀다. 두 사건의 기본골격은 같지만 사건의 전개와 해결과정은 동서양 문명의 차이만큼 달랐다. 먼저 뉴욕의 도시히데는 무려 12년간 부정거래를 숨겨왔다. 반면 닉리슨은 93년부터 부정거래를 했다가 2년만에 들통이 났다. 닉리슨은 선물 손실액이 커지자 야밤도주를 했고 독일에서 붙잡혀 싱가폴로 이송됐다. 그러나 도시히데는 87년부터 자신의 부정거래 내용을 고백록 형식으로 자세히 정리했고 은행 고위층에 그 고백록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도시히데는 다이와은행 경영진과 함께 손실 사실을 은폐하는 작업을 돕기까지했다. 결국 도시히데는 은행에 의해 고발돼 FBI에게 붙잡힌다. 도시히데는 미국에 이민온 일본인 2세로 다이와은행 뉴욕지점의 계약직 사원이었다. 그는 동양인으로서 서양인들 틈에서 첨단 금융상품을 거래하면서 느낀 점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미국 국채 선물시장에서 서양인들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본사에서 뉴욕으로 파견나온 직원들도 왜 이길 수 없는가를 배우기 바랬다.』 금융시장에서 무지는 죄악이라는 얘기가 있다. 파생상품은 서양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미 파생상품 없는 금융시장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됐다. 모르면 진다. 그것은 동양인이건 서양인이건 금융시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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