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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시황 예측 대형부도 부른다

◎한보­삼미 전문기관 예측 무시 무리한 투자­확장/유화·자동차·조선 등 증설경쟁 “또다른 화근” 우려「빗나간 시황예측이 빚은 참사다.」 우리경제를 벼랑끝으로 몰아 가고 있는 한보와 삼미그룹을 비롯한 최근 대형업체의 연이은 부도와 일부업종의 극심한 불황을 바라보는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들 업체들의 부도는 경기불황이라는 공동의 변수도 있지만 시장상황과는 동떨어진 무리한 투자와 전문기관의 예측을 무시한채 감에 의존하는 총수들의 「감각경영」, 여기에 회장들의 「독단경영」에 의한 무분별한 사업확장이 부른 참사라는 것이다. 재계 랭킹 14위였던 한보의 경우 94∼95년당시에도 해외 철강전문조사기관 등에서 『97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철강경기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내놨는데도 자신의 사업적 감을 믿고 5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어 당진제철소의 생산규모를 4백만톤에서 9백만톤으로 늘리려 했던 것이 부도의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삼미는 2세 승계후 철강, 해운, 항공등 대부분 소비재와 상관없는 원자재업종을 갖고 있었는데도 프로야구팀을 운영하거나 유통사업에 뛰어드는 등 한마디로 좌충우돌성 기업확장에 열을 올린 것이 화근이 됐다. 지난 89년 미국 아틀라스사와 캐나다 알텍사를 3억달러나 들여 인수한 것도 특수강경기에 대한 잘못된 예측에서 출발, 그룹을 도산지경에 이르게 했다. 최근 한보와 삼미의 부도여파와 관련, 부도도미노, 금융대란 등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자동차, 조선, 반도체, 석유화학을 비롯한 대형투자사업의 경우도 상황은 정도에 차이만 있을뿐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철강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기초소재인 철강산업에서 연쇄부도가 먼저 찾아왔을 뿐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의 경우 올해 국내 수요는 1백70만대가 넘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각각 1조5천억원이 투자된 현대 아산만공장과 대우 군산공장의 완공으로 업체들의 생산규모는 2백5만대로 35만대 이상 공급과잉 현상을 빚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삼성자동차가 가세하고 현대, 기아, 대우 등이 오는 2000년까지 국내생산만 각 2백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조선도 90년대말 세계적인 조선호황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삼성, 현대, 한나중공업 등 국내조선업체들이 세계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앞다투어 선박건조시설을 늘려 국내조선건조량을 연간 4백∼5백만톤에서 8백만톤으로 2배 가까이 늘렸지만 예상은 맞아 들어가지 않았다. 화섬업계 역시 마찬가지. 화섬업계는 한·중수교를 계기로 중국 섬유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막대한 시설증설에 들어갔다. 당시 일본의 섬유전문가가 내한, 『중국이 섬유부문을 최고 50%까지 자체 수급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업체의 대규모 증설경쟁은 결국 업계간 제살깎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경고했지만 이를 귀담아 듣는 화섬경영진은 거의 없었다. 반면 일본업체의 경우 자국내 섬유생산규모롤 차츰 줄여갔고 잉여설비들은 동남아로 보내 지금 이 지역에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과 큰 대조를 보였다. 이들 외에 나프타와 화섬원료 등의 부문에서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를 빚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와 가격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반도체 부문도 결국은 감각경영과 잘못된 시장 예측이 빚은 결과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들 업계의 경영진들이 예측한데로 세계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주는 것 외에는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체 경쟁을 통해 기반이 취약한 기업이 도산하는 「자체해결」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민병호·채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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